한국주택의 어제와 오늘 '집'
어떤 집을 짓고,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
건축가 원정수, 지순 부부가 50여년간 ‘좋은 집’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담다
건축가 지순과 원정수는 한국 건축의 태동으로부터 거장의 시대를 거쳐 파트너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건축
의 역사를 이끌어 온 산증인이다. 이 책은 이들 건축가의 50년 건축 여정을 '집'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으로 급격
한 사회 변화에 따른 주택 양상의 변화가 실제 사례와 배경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또한 책에 수록
된 서른 한 가지 프로젝트 자료들은 그 자체로 귀중한 한국 근현대 건축의 사료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길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것도 부부가 함께라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지난 9월
출간된 도서 <집>에는 간삼건축 지순•원정수 고문의 인생과 건축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겼다. 거장이 쌓아
올린 불멸의 기록을 마주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지만, 여전한 호기심 어린 눈빛은 그의 건축이 아직 끝나지 않
았음을 말없이 전해준다. 우리나라 건축의 살아있는 역사가 후배 건축가에게 전하는 귀중한 당부의 말을 지면에
옮겨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이 건축가로 크게 성장하기 위해 학교와 현장에서 땀 흘리며 애쓰고 있
다. 새로운 건축기법을 공부하고, 변화하는 유행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기만의 건축철학과 스타일을 만들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배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훌륭한 건축기법, 새로운 유행, 나만의 스타일 등도 모두 중요하지만 미래를 이끌어 갈 건축가라면 그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이 이야기는 수십 년을 앞서 건축가의 인생을 살아온 선배의 당부로 받아들이
면 좋을 것이다.
이 시대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가장 먼저 바라는 것은 휴머니스트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건축물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집은 물론 오피스 빌딩, 공공시설물 등은 모두 그 안에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
들어진 공간이다. 한마디로‘ 사람’이 먹고, 자고, 숨을 쉬는 공간인 것이다. 건축가가 휴머니스트여야 하는 이유
는 바로 이것이다.건축가는 집을 지을 때 먼저 그 집에 살 가족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져야 하고, 오피스 빌딩
을 지을 때는 그 사무실에서 일할 회사원들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공도서관을 짓고자 한다면 도
서관에서 공부하고 책을 펼쳐들 지역주민을 마치 연인처럼 마음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건축가는 건물을 짓지 않는 때에도 언제나 따뜻한 인간애를 가슴 깊이 지녀야만 한다. 또 매순간 사람과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 인간에게 이로운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간혹‘
사람’에는 관심이 없고,‘ 공간’에만 집착하는 건축가를 본다. 그들은 오직 건축을 위해 건축가로 일하고, 건축물
의 아름다움에만 매료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지은 멋진 건축물은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요, 지구에게도 불필
요한 장식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건축가는 엄밀한 의미에서 건축가라고 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젊은 건축가들에게 바라는 바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많은 이
들이 건축과 사회를 서로 분리해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크게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건축은 개인의 삶과 밀접
한 동시에 공동체의 삶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다. 바로 그 공동체의 삶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이루는 만큼,
건축가는 국내외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전 분야에 대해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사회 변화에 대한 통찰
력없이 근시안적으로 지은 집은 거주자의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사회 변화상과 주
택의 변화를 동시에 살펴 본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사회가 변하면 건축도 변하고, 때로는 건축이 바뀌면서 사
회의 진보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지구는 시시
각각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한번 지어진 건축물은 변화하는 미래에도 당분간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짧아도 50년이요, 길면 수백 년이다. 그런데 건축가가 당장 10년, 20년 후만 생각하고 집을 짓는다면
그 집의 수명은 딱 그만큼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놀라울 것이다. 그 엄청난 변화를 견뎌낼 수 있는 건축물을 지으려면 어지간한 미래 예측능력으로는 부족할
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면 재미없지 않은가. 도무지 알 수 없을 것 같
은 미래라 해도, 그것을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이의 눈에는 어쩌면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인
류가 살아온 역사를 진지하게 뒤돌아보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으로 가능
할 것이다. 보기에 아름다운 집,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집, 새로운 건축공법을 활용한 집을 짓는 것도 물론 의
미가 있다. 그러나 백 년 동안 살아도 불편하지 않은 집,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받는 집을 짓는 일이야 말로 건
축가로서 무엇보다 값진 작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본문 발췌
*도서<집>은 이런 책
한국 사회 급변기, 집건축의 변천사가 세밀하게 기록된 책이다. 사회의 변화에 대응한 건축 작업을 따라가다 보
면 한국 주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설계 작업에서는 희귀해진 스케치와 도면자료
는 물론 당시의 기술과 디자인이 집대성된 최고의 주택들을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집건축의 교과서
라 할 만하다.
저자 원정수, 지순
출판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출간 2014.09.26
페이지 287
ISBN 9788995994870
판매: 교보문고
문의사항: 출판팀 02-3407-1243
E-Mail: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