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상자 안에 담겨 있는 사진들 [행복한 사전]
행복한 사전 크고 작은 상자 안에 담겨 있는 사진들
[행복한 사전] 김자호 저
<서지정보>
초판 1쇄 인쇄 2014년 11월 24일
초판 1쇄 발행 2014년 12월 1일
지은이 김자호
발행인 정용철
편집인 김보현
정리 이경희
제작 도서출판 북산
등록 206-92-49907호 2010년 3월 10일
주소 135-840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67길 20, 201호
전화 02-2267-7695 팩스 02-558-7695
홈페이지 www.glmachum.com
ISBN 979-11-85769-00-4
<머리말>
나이를 먹었으니 세월이 흘러갔다고 해야 맞을 테지만 다시 한 번 기억의 흔적들을 수집해보니 세월은 흘러간
것이 아니라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고즈넉한 어느 날 낙엽더미 같은 내 삶의 창고를 뒤적거렸더니 그
안에 사라졌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크고 작은 박스 안에 담겨 있는 수백 장의 사진들과 기
록들이 어찌나 반갑고 설레던지, 사진 한 장 한 장과 조우할 때마다 나는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 행복했다.
그 행복한 시간들을 다시 창고 속에 묻어두기 싫어서 또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었다. 아내는 돈 다발도 아닌 추
억 따위를 뭐 그리 정성스레 수집하느냐고 잔소릴 하지만 나는 이미 사진 속의 수많은 인연들 덕분에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아왔으니 돈 다발 이상의 가치를 누린 셈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살았으니 돈이 많은 사람,
명예와 권력이 높은 사람 등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 보았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한 기업을 오랫동안 무탈하게 이끌어 왔으니 당연히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일 것이다. 문제는 돈 많
은 사람 출세한 사람들은 수없이 봐 왔지만 행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은 부자는 많아도 잘 사는 사
람은 적다는 뜻이다. 잘 산다는 것은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궁극의 목표가 행
복하기 위해서라면 삶의 가치를 돈이 아닌 잘 살기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어느 날 옆집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옆집이 비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집에 살던 백 살의 노모가 가꾸
던 텃밭 때문이었다. 서로 왕래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옆집 남자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는 눈치로 알았고, 비싼
외제차를 서너 대씩 굴리고 다녀 나보다 부자라는 사실도 짐작했다. 그런데도 그 집 사는 노모는 매일같이 손바
닥만 한 텃밭에 상추와 고추, 대파 등을 심어 놓고 아침저녁으로 정성스레 가꾸었다. 덕분에 나도 마당에만 나오
면 옆집의 푸른 채소들을 볼 수 있어 기분 좋았고 가끔은 고추 서리 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데 옆집 남자가
파산해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텃밭에 엎드려 있던 노모의 풍경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꼭 부자 아들의 욕심 때문
만은 아니었겠지만 주인 잃은 텃밭을 볼 적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진 한 장의 기록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런 이유다. 사진 속에는 먼저 떠난 친구들도 있고 여전히 팔
팔하게 사는 친구들도 있다. 무소불위 같던 내 청춘의 시간들이 있고, 아내의 섹시한 미소가 있다. 아이들의 편
지와 낙서 등이 나더러 잘 살고 있음을 응원한다. 이제는 큰 것보다 작은 것들에 대해 경외와 감사를 보내야 한
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자신에게 충고한다. 부질없는 욕망을 쫓다 옆집 남자처럼 야반도주하는 일 없
도록, 공부하기 싫은데 학교에 가는 일 없도록, 교양 있고 품위 있게 잘 살라고…….
2014년 여름,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김자호
<목차>
- 행복한 사전
간삼건축 김자호에 관한 사항을 모아 그 각각에 해설을 붙인 책(冊)
- 사진 [사ː진]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만든 영상
유년시절·11 / 친구·29 / 건축사·53 / 아름다운 인생·107 / 나의가족·167
- 편지 [편ː지]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김동혜·226 / 김서환·240 / 강영희·258 / 가족·270 / 지인·278
- 기사 [기ː사]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서, 어떠한 사실을 알리는 글
잡지·315 / 신문·366
- 행복한 사전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