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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동성당 이야기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 건축가 이효상

1996년 가을, 건축학도였던 나는 학교 인근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한 건축 잡지에 실렸던 『명동성당 100주년
기념설계 응모작』 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당시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다섯 작품을 통해 명동성당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건축의 깊이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6년이라는 시간이 정신 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중 2009년 봄,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 프로젝트 팀의 일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때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며 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는 고(故)김수환 추기경의 은퇴를 기점으로 다시 추진된 사업이었다. 1996년에 명동성
당의 전면 재정비를 목표로 국제현상설계를 열었지만 명동성당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당
선작을 뽑지 않았던 것을 이후 박신언 몬시뇰이 명동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하자마자 재추진하게 되었다. 100여
년 전, 벽안(碧眼)의 코스트 신부가 수행했던 명동성당의 대역사를 ‘명동성당 종합계획(Master Plan)’이라는 이
름으로 박신언 몬시뇰이 이어 받게 된 것이다.

첫 발주처 미팅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이 제시한 명동성당의 미래 비전은 명확하였다. 첫째는 성당
권역이 주말이면 차량으로 뒤덮이면서 발생되는 성당 및 방문자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 둘째는 주차장으로 변질
된 명동길부터 성당으로의 진입로 및 주변 공간의 개선, 셋째는 150만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자들을 위한 공공
및 행정공간의 확충 등이 주요 이슈였다. 1990년대 국제현상공모이래 20년 가까이 진행된 수많은 고민을 통해
서 정리된 구체적인 비전은 생각보다 신속하게 건축계획으로 발전되었다. 약 8개월간의 기간을 거쳐 진입로와
지하광장, 교구청이 포함된 지하 4층, 지상 13층 규모의 계획안을 제출하였고,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심
의』가 1차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하층 굴착에 따른 명동성당 안정성 문제로 계획은 보류되었으며, 그 후 약
7개월에 걸쳐 문화재청에서 제기한 안정성에 대한 시뮬레이션 작업이 한국시설안전공단과 대한토목학회 주관
으로 진행되었다. 문화재 자문위원회에 의한 검증절차 역시 병행되었음은 물론이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명동
성당에 대한 시굴조사를 통해 그전까지 모르고 있던 성당의 기초 형식에 대한 확인과 지하 굴착에 의해 발생되
는 미세진동이 벽돌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술적인 검증 등은 예기치 않은 성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화재 심의 이후에도 연속되는 각종심의와 민간단체 및 언론에서 제기하는 ‘명동성당 재개발’이라는 부
정적인 기류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짊어지고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천주교 서울대교
구의 전폭적인 신뢰와 회사 차원의 역량 결집을 통해 2011년 9월에 첫 삽을 뜨는 기공식이 가톨릭회관 광장앞에
서 정진석 추기경님의 주례로 진행되었고, 2014년 9월에는 3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설계와 공사기간을 포함한 6년의 세월은 나에게 있어서 보람만큼이나 많은 고민과 후회의 시간들로 기억된다.
가장 큰 고민은 명동성당이라는 이름과 가치에 누가 되지 않을까? 실제 완공되었을 때 기존 성당권역의 경관을
저해하지는 않을까?하는 것들이었다. 최근에 아이들과 함께 명동성당을 방문했다. 주변을 구석구석 돌아보았
고, 여러 공간에서 명동성당을 방문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나도 모르게 입
가에 미소가 흘렀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수많은 직원들의 고민과 열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하였다.†


이 효 상
간삼건축 설계 2부문 이사로 재직중이다. 홍익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 2003년 간삼건축에 입사후 진행한 6
년간의 명동성당 프로젝트 경험은 디자인 및 자연재료 물성에 대한 가치관 정립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런 자양
분을 토대로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골프클럽하우스 및 호텔건축에 현재 전념하고 있다. 주요 작
품으로 Phoenix springs Clubhouse, Blue Mountain Clubhouse 와 Aloft Gangnam Hotel, Hyatt Place
Seocho Hotel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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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June, 2015 / vol.40
  • Main theme

    Religious Fac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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