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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P-Project' 건축가 손준서, 김찬우 인터뷰

Interviewer_홍보팀 박세미 Date_2016.03.09

제 13회 Gansam Design Award 특별상 수상 

                                                     

 

아스타나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카자흐스탄의 수도이다. 우뚝 솟은 갖가지 양식의 건물들이 마치 두바이를 연상케 한다.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라는 도시에 대규모 업무·주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은 두 젊은 건축가에게 큰 도전이라 할만하다. 건축가 손준서, 김찬우를 만나 'P-Project'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기까지의 배경을 들어보았다.

 

 


 

1. 이 프로젝트에서 전제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었나요?

카자흐스탄은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한 국가 (CIS: 독립국가연합) 중 하나입니다. 정치, 사회, 문화, 제도 등 기본적인 시스템이 구 소련의 체계를 따르다 보니 대지는 국가소유지가 대부분이며 건축물의 개발행위는 국가의 이해관계자들 (도시국장, 도시건축가 등)의 엄격하고 복잡한 승인절차인 Eskizny (한국의 인허가와 비슷)를 거쳐야지만 대지의 사용권을 얻어 진행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6ha라는 거대한 대지에 업무, 주거, 상업 복합시설을 동시에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기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관심까지 더해져 저희에게는 발주처 (BI GROUP) 뿐만 아니라 국가 담당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요구 되었고, 대상지의 위치적 중요성에 부합하는 아스타나의 새로운 상징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특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디자인’이 건축주의 주된 요구사항이었습니다.


2. 설계를 하기에 앞서 아스타나의 기후나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설계에 적용한 점은 무엇인가요?

아스타나는 몽골 울란바토르, 캐나다 오타와와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겨울철의 많은 눈과 강한 남서풍은 저희 팀에게 새로운 도전 상대였습니다. 저희는 자연에 맞서기 보다는 자연을 최대한 수용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바람이 한 건물에 집중되거나 강한 바람골을 형성하는걸 막기 위해 바람 방향에 맞춰 자연스럽게 건물을 엇갈려 배치하였고, 둘째, 전용율을 높이기 위해 거대한 판상형이나 요철이 있는 형태가 아니라 컴팩트한 타워형 주동을 배치하였으며 셋째, 건물의 모서리를 둥글게 하여 바람이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습니다.

 


3. 오피스의 파사드는 곡면으로 처리되며, 아파트의 입면은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평면이 교차된 독특한 파사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파사드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건축주의 가장 큰 요구 사항은 ‘무엇보다도 독특한’, ‘일반적이지 않는 디자인’ 이었습니다. 단순 커튼월 입면의 오피스, 여러 유닛들을 수직적으로 적층된 입면에 장식요소를 덧대는 식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 마저 드러냈었죠. 따라서 저희는 기존의 일반적인 형태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으며, 카자흐스탄 현지의 시공능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해답을 찾고자 노력 했습니다.
아파트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디자인을 위해 솔리드한 매스에 보이드를 역동적이고 화려해 보일 수 있도록 엇갈리게 계획하였고 2개의 기준층 조합만으로도 건물의 4면이 다른 형태로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같은 형태의 아파트 세 개동이 모두 다른 느낌으로 보이도록 의도하였습니다.
오피스는 곡선적이면서도 수직성이 강조되고, 단지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축물로 만들어 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물방울 형태의 매스를 반으로 엇갈리게 분절하여 수직성을 강조하였고, 루버와 환기창을 일체화 시켜 상승감을 더해 주는 수직적 패턴 요소로 계획하였습니다.

 

 

4. P-Project의 주거 프로그램을 보면서 낯설고도 특이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카스흐스탄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나 가치관의 차이를 느끼신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유목민들의 후예인 카자흐스탄인들은 광야를 달리며 가장 눈에 띄는 대상을 이정표로 기억하고 이동하는 기준점으로 삼아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향은 현대에 이르러 건축물로써 지역 정체성을 찾고자 하고, 이동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으로 변화되었으며, 이는 건축물을 상대적으로 상징적이고 돋보이게 하는 경쟁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스타나시는 1998년 새로운 수도로 지정된 이래, 새로운 형태와 디자인의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의 컨텍스트를 무시한 다양한 형태의 화려한 건물들로 인해 도시 전체의 경관은 통일성 없이 다소 복잡해졌습니다. 때문에 초기 기획단계에서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기존 도시 컨텍스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가와 어떻게 그들의 문화적인 특수성을 담을 것인가 이었습니다.
거주공간에는 수많은 세월 누적되어온 삶의 방식이 담겨야 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사회,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물론이고, 수요자들의 NEEDS를 반영해야 했으므로 아파트 평면 구성 및 디자인은 유독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에 귀속되었다 독립한 국가로 러시아 문화와 유목민들의 문화가 섞여 있습니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보다 30배나 큰 국토에 인구는 우리나라의 1/3 수준이기 때문에 기본 주거 단위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기후가 추워 실내활동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며, 집에 초대하여 교류하는 것이 익숙한 그들의 거주문화를 이해하고 실제 디자인에 적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원룸타입의 경우를 보면 한국 전용면적 기준으로 45㎡(20평형)의 규모이고 인테리어를 제외한 골조 분양 방식이므로 거주자에 따라 실이 나뉘며, 2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거실이 공동 생활공간이 아니고 실의 개수에 포함해 산정하는 독특한 그들의 주거 문화는 개인의 생각에 따라 주거공간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5. 클라이언트의 수많은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있어 어떠한 점을 특별히 고려하였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관심이 많다 보니 디자인에 관한 보고가 잦았고, 늘 구체화된 평면과 정확한 면적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투시도를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프로젝트 착수단계부터 Eskizniy (인허가)까지의 모든 공정에 BIM툴인 REVIT을 활용하여 도면작업, 3D모델링 및 렌더링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였고, 이를 통해 적은 인원으로 건축주의 잦은 요구사항과 까다로운 카자흐스탄 법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BIM 모델링을 통해 건축주와 사실적이고 구체화된 결과물을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서 보다 명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저희 또한 명확한 대안과 결과물들을 제시할 수 있게 되면서 건축주도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 대해 크게 만족했습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 스스로에게도 기획단계에서부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6. 현재 진행중인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간략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현재는 P-Project와 같이 수도 아스타나에 위치한 Astana Finance Tower 프로젝트를 진행 중 입니다. 아스타나의 새로운 수직적 이정표를 제안하는 것이 P-Project의 과제였다면, AFT는 상대적으로 저층의 건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수평적 랜드마크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였습니다.
대상지가 도시계획상 가장 중요한 축인 ‘Millennium axis’의 정점에 위치하고, 그 정점에서 새로운 도시가 확장되는 점, 그리고 노먼포스터가 설계한 Khan Shatyr Entertainment Center의 바로 옆 부지라는 점은 시작 당시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되려 좋은 기회라고 마음 먹게 되면서 더 즐겁게 디자인 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군집된 수정들처럼 보이는 UNIQUE shape, 3개의 건물을 연결시킨 UNITED buildings complex, 외부공간을 내부로 끌어들여 볼륨을 키운 대형 ATTRACTIVE space’라는 디자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통해 New Crystal of Astana라는 컨셉을 도출했습니다.
현재는 인허가업무와 계획설계를 마무리하고 현재 기본설계 작업 중인데, 어쩌면 P-Project 보다 먼저 준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stana Finance Tower 조감도

 


7.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건축가로서의 꿈이 있으시다면?

손준서 : 건축가로서의 꿈, 또는 좋아하는 건축 스타일, 존경하는 건축가와 같은 것들은 늘 바뀌어왔던 것 같습니다. 마냥 예쁜 형태 만들기에 집중하기도, 디자인 프로세스가 건축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 몰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움의 시간과 필드에서의 시간을 겪으면서 건축가는 ‘자기만의 질서와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건축과 본인의 건축 이상의 균형잡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클라이언트 혹은 엔지니어 사이에서의 자신의 스타일을 구현하고, 공간과 형태에 대한 스스로의 표현 욕구를 풀어나가는 것도 건축가로서 헤쳐나가야 할 몫입니다. 물론 가족 vs 건축, 취미/건강 vs 건축, 칼퇴 vs 건축도 저에게 있어 매일의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 안에서 하루하루 질서와 균형을 찾다 보면 건축이라는 행위의 즐거움을 깨닫고, 후에는 이 시간이 ‘행복’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찬우 : 한가지 범주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새로움과 변화를 즐길 줄 아는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좋아하는 건축가와 작품들을 보면서 ‘이게 내 스타일이야. 나는 이런 스타일의 건축가가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테두리 안에 가두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실무를 하게 되고 다양한 건축주를 접하게 되면서 좋은 건축이란 특정 스타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건축주의 요구와 시대정신을 만족시키면서 나의 건축적 주관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준서 팀장
기획1부문 기획설계 사무소
[email protected]

공간건축을 거쳐 2013년 간삼건축에 입사하였으며, 카자흐스탄, 알제리, 앙골라, 가나 등 다양한 국가의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말만 하는 건축가, 그림만 그리는 건축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 Alage Residence, Balkhash Residence, Astana Finance Tower, P-Project 등이 있다.

 

 

 

김찬우 부팀장
기획1부문 기획설계 사무소 [email protected]

2010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6년간 교육, 문화, 복합시설을 비롯해, 해외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며 BIM설계의 합리성과 건축의 디자인적 가치를 중요시 하는 건축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광운대학교 운동장 지하개발사업, 연세대학교 백양로 재창조, P-Project(Kazakhstan), Astana Finance Tower(Kazakhstan), 한국야스카와전기 로봇센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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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홍보팀 박세미   T 02. 3407.1245    semi.park@gans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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