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백양로 _ 조경가 김훈연
'전략적 설계 프로세스'라는 이름의 전략에 대하여
제 13회 Gansam Design Award 우수상 수상
‘설계자는 도면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며 이야기한다.’ 라는 설계 분야의 일반화된 관념은 이젠 시대적 오류와 모순을 갖는 고지식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의 설계자들은 도면을 통해 디자인의 언어, 의도, 형상 등을 정보화하고 시공자는 이들이 작성한 도면을 기준으로 시공하는 건설의 이분법적 구도는 변함이 없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 분류하는 도면의 종류는 준공을 위한 도면과 납품을 위한 도면, 두 가지다. 전자는 우리가 지극히 당연시하는 그것이고 후자는 형식적인 절차의 성격을 갖는 현실과 동떨어진 도면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실과 동떨어진 설계물들을 오늘날 범람하는 건설 시장 속에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그리 낯설지도 않다는 것이 설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쓴웃음을 짓게 한다.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는 개교 130주년과 맞물린 막중한사업으로 기본계획에서부터 실시설계까지 완성도 높은 준공물에 초점을 두고 설계되었다. 사업의 규모와 중요도로 인해 프로젝트의 전반에 걸쳐 소모적인 절차가 불가피하였고, 그에 따라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작업의 프로세스가 요구되었다. 다시 말해 설계 초반부터 시공 중 흔하게 발생되는 자재 수급, 기술 여건, 공사비 증가, 공기의 지연, 도면 해석의 오류에 따른 오(誤)시공 및 시공 난이도로 인한 품질 저하 등 설계 의도에 어긋나는 모든 가능성을 대비한 도서를 작성한 후, 현장 투입을 준비하는 치밀한 전략으로 완성된 것이다.
전략의 첫번째는 불필요한 도서를 줄이고 시공자에게 명확한 설계 의도와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정보를 담는 도면에 주력한 것이었다. 본 사업과 같은 민간 프로젝트는 발주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설계 도서의 조율이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물량 산출을 위한 도면은 최소화하고 시공을 위한 도서는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한 3D모델링 이미지나 모형 사진, 그리고 각종 조립도 등 Shop Drawing 수준에 가까운 정보를 최대한 담았으며, 도식화가 어려운 설계 의도는 Note 를 달아 이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이런 자유분방한 도면 형태는 이미 공식화된 도서 작성법에는 어긋나지만 디자인의 진보와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본 프로젝트의 디자인은 기존 방식의 도면 표현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했으므로 결국 하이브리드화(化)된 도면을 통해 의도한 준공물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시공간 주요 공정마다 현장에 상주하여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항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하였다. 원 설계사에서 설계, 감리를 맡는 발주 방식의 민간 프로젝트라 본 프로젝트 역시 간삼건축 감리단이 맡았고, 이는 원설계자와 긴밀한 소통을 가능케 하였다. 또한 주요 공간의 1:100 상세 모형을 감리단에 항상 비치하여 직접 작업자에게 이해시키면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상세 도면이나 설계변경 사항을 설계 의도의 왜곡없이 유지하였다.
셋째, 발주처와 지속적인 소통과 모니터링으로 신뢰를 유지하였다. 대형 프로젝트의 성격상 시공 중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선조치하였고, 시공사와 발주처의 이해관계에서도 중재자로서 공기의 지연 방지는 물론 합리적인 공사비 운용을 지원하였다. 또한 공기의 부족으로 주중 작업 외에 주말 작업도 지속되는 와중에도 주요 작업이 있는 날은 설계자와 발주처가 함께 현장에 상주하여 진행 사항을 파악하고 점검해 나갔다.
이처럼 준공물을 초점으로 한 전략적 설계 프로세스를 통해 기대한 목표치에 근접했다고 자부한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요즘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는 학생들의 SNS의 글과 모습들이 나를 미소짓게 하고, 발주처의 미소 또한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년간의 설계 과정과 100일간의 현장 업무를 통해 전략적 설계 프로세스의 결과와 건축가, 조경가는 물론 세상의 모든 설계자들이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다시 태어난 백양로가 수많은 학생들의 꿈과 추억이 연속되는 공간으로 진화하길 기원한다. 또한 이런 역사적 프로젝트를 수행할 기회를 준 연세대학교와 간삼건축에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