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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전과 연구소 건축의 진화

간삼건축의 연구소 사례를 중심으로

 

건축가 한기영

 

인류의 문명과 역사의 진보는 과학기술의 위대한 성취에 기인한 바가 크다. 태양계 너머까지 인간이 만든 우주선을 보내고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들을 기초로 생활에 유용한 소재나 부품들을 만들어 내기까지 인류는 무수한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성취를 통해 문명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목욕탕에서 밀도 측정법을 발견해 ‘유레카를 외쳤던 아르키메데스나 어린 에디슨이 닭의 알을 품었던 헛간,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바꿔버린 스티브잡스가 참선했던 공간처럼 인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발명의 단초가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구체화하고 실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당대 기술력이 결집된 연구소에서 이루어진다.

연구소는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다루는 공간인 만큼 당대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고성장기인 제조업시대의 연구소는 기계 및 전기, 전자 분야의 연구소가 대세였고, 정보화시대에는 디지털과 IT, 각종 모바일 관련 기술 연구소가 활황이었다. 현재는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ET환경공학기술, ST우주항공기술처럼 미래 먹거리 관련 기술 연구와 연구소 건축이 한창이다.

간삼건축의 연구소 건축도 이러한 시대상의 변화와 궤를 같이해 왔다. 1987년 LG화학 중앙연구소를 시작으로 연구소 설계를 시작한 간삼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GS칼텍스 신에너지연구소, GS칼텍스 수소스테이션, 폴리실리콘이라는 신소재 연구소인 OCI 생산연구단지 등을 설계하며 화학 및 신소재, 신에너지 관련 연구소 설계의 경험을 축적하게 되었다.

 

인터넷과 디지털혁명이 촉발된 2000년대 들어서는 분야가 더욱 다양해졌다. 국내 유일의 핵융합 연구기관인 국가핵융합연구소 설계와 함께 나로우주센터, 대우조선 해양연구소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해양, 핵융합에 이르는 특수설계 분야를 두루 경험하며 전문성을 키워 나갔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셀트리온연구소, 아시아 최대 혈액분획 유전자재조합제제 연구시설인 녹십자 오창공장, 예방의학을 위한 유전자 연구센터인 이원생명과학연구소, 구제역백신 연구소 등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일련의 프로젝트들이다. 특히 세계 17번째이자 국내 유일의 BSL4Bio Safety Level 4를 보유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고위험병원체연구소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실과 국내 최대 BSL3 연구실을 보유한 연세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는 관련 분야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는 연구소 시설로 현재 난치병 해결을 위한 의학 실험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융합연구가 대세로 떠오른 2010년대에는 IT, BT, NT, GT를 통합하는 국내 최고의 융복합연구소 KAIST KI Building이 대표적이다. 다학제 간 융합연구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연구 업적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독 건물은 아니지만 첨단 에너지 솔루션을 적용한 LG Science Park도 연면적 33만평 규모의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 프로젝트로서 간삼의 연구소 건축을 대표할 만하다.

 

 

편 이 시기의 연구소 설계 프로젝트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었는데, 가변성과 효율성, 보안시스템과 같은 연구소 설계의 전통적 개념들은 물론이고 연구자들의 생활을 위한 공간 설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연구소라는 건축물 안에서는 연구원들의 실험 관련 행위와 관리직원들의 일반 사무 업무뿐 아니라 거주자를 위한 생활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연구소는 축적된 프로젝트 경험 없이는 진입이 쉽지 않은 전문 건축 분야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의 트렌드, 정부 정책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전문 인력과 조직도 미리 구성하여 대응해야 한다. 간삼건축은 지난 30년간 국내 연구소 건축에서 다양한 연구 분야를 경험해 왔으며, 그 결과 국내 최고의 전문 인력과 조직을 보유하게 되었다. 연구 분야의 특성에 맞는 최적화된 모듈시스템과 완벽한 Infra-Structure의 도입으로 유연하고 가변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역동성과 창의성을 충분히 살린 공간을 설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간삼은 연구소를 설계할 때 실험, 업무, 생활 공간이 함께하는 종합건축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진지한 연구와 창의적 발상, 열정적인 토론과 편안한 휴식이 공존하는, 연구소 건축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한 기 영     디자인1부문 부사장
주변을 압도하기보다 건물의 몸을 낮춰 조화로운 건축을 보여주고 있는 한기영 부사장은 섬세한 감성과 합리적 이성의 조화를 통해 전시문화 시설과 휴양리조트 시설에서 발군의 기량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이다. 그는 콘셉트를 도출하여 도면화하고 실제 공사가 이뤄지기까지 전 과정에서 통합적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92년 현대미술관 야외무대를 시작으로 청주 MBC사옥,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제주도립미술관, 울산박물관, 아쿠아플라넷 여수, 아쿠아플라넷 제주, 연세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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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November, 2016 / vol.44
  • Main theme

    한화미래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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