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310관(100주년기념관)
건축가 김효준
2011년 여름부터 중앙대학교 운동장개발 계획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좁은 부지에 빼곡히 들어선 중앙대학교 건물들 사이에 무려 5,000여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대학 구성원들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대학교 건물을 짓고 내부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나에게 일하기에 앞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기존에 운동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반으로 잘라 만든 건물은 덩어리가 매우 커서 내부를 꽉 채우기가 힘들 정도로 Massive한 공간이었다. 우리는 다소 비어 보이기 쉬운 내부를 생동감 넘치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가능한 한 내부를 분절하고, 꺽고, 뚫기로 했다. 학생들을 포함한 이용자들의 행위를 다이내믹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후문광장에서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넓은 데크(Deck)를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건물의 중심 공간인 콘코스(Concourse)를 만난다. 콘코스에는 교육 공간을 최소한으로 설치해 공간을 최대한 비웠다. 그 공간에 라운지와 카페를 만들어 학생들이 이동 중에 자유로운 만남과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콘코스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9층 높이의 아트리움(Atrium)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길고 두꺼운 켜(Layer)들을 겹으로 쌓은 듯한 공간 한 가운데 대형 아트리움을 마련해 천창으로 떨어지는 햇빛이 내부 공간 깊숙히 유입되도록 했다.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안 켜(Inner-layer)와 바깥 켜(Outer-layer)로 구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강의실과 교수연구실은 외기에 면하도록 바깥 켜에 배치해 적절한 조도와 쾌적함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안 켜에는 연구시설과 행정시설이 구성돼 바깥 켜에 위치한 실들과 적극적인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안 켜의 한 바퀴는 약 166m, 바깥 켜의 한 바퀴는 약 240m에 달한다. 이렇게 넓은 복도를 돌아서 건너편 강의실까지 가자면 너무 비효율적이라 아트리움(Atrium)을 횡단할 수 있는 브릿지(Bridge)를 달았다. 브릿지 아래위로 계단을 만들어 아래층, 위층으로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동선을 추가하였다. 약 12m에 이르는 아트리움의 폭을 가로질러 다니면 학생들의 이동 시간을 1/5로 단축할 수 있다.
평면의 공간뿐만 아니라 수직의 공간도 명확한 동선 분리가 필요했다. 운동장을 면하고 있는 저층부 공간은 각종 소음과 학생들의 접근을 고려해 식당, 편의 시설, 동아리방으로 구성하였고, 상층부에는 강의와 관련된 시설로 배치하였다. 5,000여 명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10대의 엘리베이터와 지하 5층에서 지상 3층까지 연결된 내부 에스컬레이터, 6대의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였다. 여기에 두 개의 그랜드 계단과 아트리움에 면한 수직 이동 계단, 피난 계단 등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곳곳에 수직 동선을 추가하였다.
310관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에 흩어져 있던 기존 학과와 경영경제계열 7개 학과, 공학계열 8개 학과 등 149실, 교수연구실 226실, 동아리방, 기타 행정실 및 학생지원 시설 109실, 편의 시설 12실 등 약 500개의 실과 432대의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다. 각 공간은 그룹별로 구성되어 있고, 각 학과별로 필요한 강의실과 행정실이 구성되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2년여 설계 기간과 두 번의 설계 변경을 포함해 약 4년에 걸쳐 현재의 공간으로 준공되었다. 준공된 건물을 처음 직접 보게 되었을 때 느낌을 나는 잊지 못한다. 도면으로만 보던 건물을 구체적 실체로 마주하니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웅장해 사실 걱정이 많았다. 건물이 사람을 압도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직접 사용하는 학생들이 공간 구석구석을 사용해 보고 편리하고 좋다는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해줘 마음이 놓였다. 다난했던 프로젝트 과정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건축의 주인은 건축가도 아니고 건축주도 아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중앙대학교 310관이 진짜 주인들과 함께 100년의 좋은 추억으로 잘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효준 설계2본부 실장
현재 강릉 문화올림픽특구 호텔&리조트,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개발 계획, 울산 SK공장 행정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동국제강 본사사옥(페럼타워), 삼화인쇄사옥, 대한생명 구리사옥 등 업무시설과 서울대학교 학생기숙사,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중앙대 103관(파이퍼홀) 리모델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술문화창의관 및 도서관 리모델링, 동아쏘시오홀딩스 상주인재개발원, 행신종합사회복지관 등 다양한 교육연구시설을 디자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