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310관(100주년기념관)
건축가 박시화
프롤로그
누구에게나 학창시절 추억은 있다. 그것은 순수, 청춘, 사랑,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데 캠퍼스 잔디밭, 운동장, 건물 구석구석에 놓인 벤치, 그 사이를 걷던 낙엽길 등 우리에게 추억은 장소에 대한 기억과 함께한다. 또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곤 한다.
설계자로서 중앙대학교 100주년기념관은 서로 다른 형태로 학교 구성원들의 기억에 존재하는 중앙대학교 이미지를 한 데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이것은 유무형의 가치에 대한 선택이었고, 보존과 개발에 대한 딜레마였으며, 관념과 현실의 괴리감을 줄이는 고민이기도 했다.
중앙대학교는 1918년 개교 이래 한 세기에 걸쳐 우리 역사와 함께한 지성의 전당이었다. 100주년기념관을 통해 새로운 한 세기를 향한 첫걸음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므로 100주년기념관은 중앙대학교의 전통과 미래를 잇는 공간이어야 했다. 현실적으로는 캠퍼스의 높은 밀도와 기존 건물들과의 복합적인 관계 설정, 경사가 급한 대지 특성과 같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고, 현시대 최고의 기술과 공간 가치를 구현해야 함은 물론 기능적인 만족과 함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모든 이의 기억에 남는 감성공간(感性空間)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100주년기념관에 대한 가치적 접근
100주년기념관은 Level agreement, History and harmony, Physical convergence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시작한다.
Level agreement : 흑석동의 경사지에 대한 이해
흑석동 캠퍼스를 추억하는 중앙대 동문들은 급경사의 등굣길을 누구나 회상할 것이다. 때문에 캠퍼스 지형의 특성인 경사지에 외부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어 구성원의 행위를 담을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했다. 100주년기념관은 도서관 후면에서 시작해 대운동장을 지나 후문 광장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레벨을 상호 연결하여 학생들의 보행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었다. 기존 대지의 레벨 차를 활용해 3개의 레벨(도서관 후문 레벨, 운동장 레벨, 후문광장 레벨)에서 건물로의 진입이 가능하도록 해 편리한 접근성을 확보하였다.
History and harmony : 학교의 전통과 역사성, 기존 캠퍼스와의 조화
창조와 화합이라는 중앙대학교의 이념에 걸맞는 건물이 되기 위해 주변 건물의 높이와 크기, 방향에 대응하는 조형 어휘를 건물에 반영하였다. 후문광장을 구성하는 교수연구동, 법학관 등의 건물 방향에 맞추고 인접한 건물과의 인동 거리와 조망을 고려함으로써 창조와 화합의 건물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아울러 지상부 입면의 커브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조형적 변화를 주어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갈 수 있게 했다.
Physical convergence : 주변 환경과의 물리적인 조화
높이(Height)와 크기(Mass)는 건물의 물리적 특성을 정의하는 원초적인 특성이다. 여러 건물들의 군집으로 이루어지는 캠퍼스는 두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100주년기념관은 먼저 주변 건물의 높이를 고려했고, 크기 또한 주변 건물의 흐름에 순응하는 디자인으로 계획되었다. 북저남고(北底南高)인 캠퍼스 지형의 흐름에 순응하도록 운동장을 향한 북측부는 9층, 녹지대를 향한 남측부는 12층이 되도록 했다. 주변 건물의 흐름에 맞춘 상층부는 거대한 덩어리감을 가지는데, 중심에 아트리움(Atrium)을 두어 자연광과 신선한 공기가 함께하는 쾌적한 공간을 연출하였다.
100주년기념관의 의미
물리적 측면에서 볼 때 100주년기념관은 국내 대학 건물 중 단일 규모로 최대 건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창학 100주년을 앞둔 중앙대 100주년기념관을 최고, 최대라는 거창한 건물로 만들기 보다 100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향후 100년을 향한 비전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건물이 개교 100년을 맞이하는 중앙대의 미래를 여는 창 저편 푸른 창공을 향한 재도약의 초석이자, 세계 100대 명문대학과 국내 TOP5로의 도약을 위한 실천 계획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아가 중앙대의 모든 구성원에게 하나의 자부심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박시화 설계2부문 이사
대표작으로 강원대학교 병원 리모델링, LG 광화문 빌딩, 중앙대학교 1,2차 기숙사, KAIST 외국인숙소 및 학생기숙사, 중앙대학교 100주년기념관,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KAIST 학술문화창의관 등이 있다. 간삼건축에서 주로 대학시설을 담당해 왔으며, 현재는 명지대학교 교육문화복합시설과 강릉 문화올림픽특구 호텔&리조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