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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교 캠퍼스 마스터플랜

간삼건축 부사장 김태성

      

 

 

대학은 지적 공동체로 구성된 하나의 사회다. 캠퍼스는 대학 구성원들이 하루 24시간 쉼 없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대학을 교육과 연구 활동 외에도 휴식, 주거, 문화 등 다양한 일상의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로 만든다. 오늘날 대학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학은 더 이상 교육만을 위한 장소로 머물러 있지 않으며, 구성원 간 상호 교류의 장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 물리적 구성의 변화
대학 캠퍼스 마스터플랜은 대학 고유의 물리적, 경제적 조건을 감안하여 대학이 갖고 있는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고 특색 있는 대학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캠퍼스를 도시의 개념에 대입하여 도시의 일부로서 캠퍼스의 역할과 도시와의 통일성을 갖는 캠퍼스 플래닝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처럼 도시가 대학 캠퍼스로서 함께 공존하는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캠퍼스의 중심 공간과 외부 공간들을 도시와의 연계성이라는 측면에서 구성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 계획에 의해 체계적으로 건물을 배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이려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는 이미 포화 상태에 빠져 근본적인 공간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동선 정비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시설 확충의 요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신축은 되도록 지양하되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을 활용해 연계성을 높이고 학문 분야별로 블록화 하는 통합 형태가 눈에 띈다. 또 단과대 별로 교수연구실, 강의실, 실험실습실 등 독자적인 시설을 구성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던 것을 교수연구실, 실험실습실, 대형 강의실 등을 공동 건물로 활용하고, 각 단과대는 소·중 규모의 강의실을 갖춰 유동적인 대응 체계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특이할 만하다.

 

또한 캠퍼스에 공허한 권위는 사라지고, 보행자 중심의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구상들은 연세대, 이화여대의 사례에서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연세대는 1백년 후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축 계획뿐만 아니라 건학 이념과 철학, 사회 변화까지 감안해 성공적인 마스터 플랜을 완성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대 마스터 플랜의 비전
캠퍼스는 물리적 측면이나 소프트웨어적 측면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캠퍼스 마스터플랜은 현 상태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계획되어야 하며, 학교의 비전, 학사발전계획, 주변으로의 확장성 등 가변적 요인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10여 년 전 중앙대 흑석동 캠퍼스는 여러 건물들이 좁은 대지를 질서 없이 가득 채우고 있는 형국이었다. 고저 차가 심한 언덕에 자리한 흑석동 캠퍼스는 늘어나는 학생들 때문에 빈 땅을 찾아 마치 테트리스처럼 건물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단기적인 해법이었으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공간 수요는 점점 느는데 더 이상 지을 땅이 없게 된 것이다. 경사진 외부 공간은 자동차와 보행 동선이 체계 없이 겹쳐 있었고, 공간은 날로 부족해져서 미래를 대비한 장기 계획이 절실했다. 또한 당장의 필요에 의해 개발이 반복되는 상황을 멈춰야만 했다. 2010년에 이르러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한 학교는 중앙대 2단계 사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구상하게 되었다.

 

학교가 한 차원 높게 발전하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그 축을 중심으로 학교를 성장시킬 계획을 수립했다. 그 계획은 미래 비전을 담고 있다. 비전에는 공간 조직에 관한 원칙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마스터플랜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미래의 공간적 비전을 적응력을 가진 시스템으로 제시하는 것이 마스터플랜이 할 일이다. 우리는 몇 개월 동안 현황을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충돌시키면서 학교를 크게 4개 레벨 구성으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경사지를 4개 판으로 바꾸고 큰 판을 중심으로 하부에는 주차장을 넣고 상부는 녹지공간으로 만들자. 그 다음 성장축과 보행축을 만들자.”

 

지상은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학교가 발전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여 동선 체계를 개선함과 동시에 충분한 교사 면적을 확보해 교사 비율을 톱클래스 수준으로 올리고자 했다. 최소의 대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학교에 여유 대지가 너무 부족해 기존 건물을 부수지 않으면 건물을 지을 수 없었고, 학기 중에 공사가 들어가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단과대학 별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 비효율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공간적 배분을 한 데 묶어줄 수 있는 클러스터 형태도 꼭 필요했다.

 

빈 단추 구멍이 있어야 단추도 끼워진다 했던가. 딱 한군데 여지가 있는 곳이 운동장이었는데, 사용 빈도를 보면 활용도가 떨어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장소였다. 그런데 이 땅도 쓸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작고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건물은 중복도 두 채를 집어 넣을 수 있는 밀도 높은 건물이었다. 기본적으로 강의실의 통상적인 깊이는 폭이 10m가 넘지 않아야 공간이 쾌적하다고 한다. 폭이 깊으면 빛이 도달하지 않는 곳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 켜와 바깥 켜로 나누고 아트리움을 만들어 전체 공간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곳으로 빛을 투입시키고, 상부에는 브릿지를 통해 오가는 동선들을 연결시킴으로써 건물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앞으로 남은 과제

고저 차가 심한 중앙대의 입지는 우리에게 난관이었으나 관점을 달리 하면 훌륭한 입지이기도 했다. 산을 평지처럼 다루면 공간적, 환경적 문제가 발생되지만 사실 산에 위치한 것은 입지적으로 자연 속에 있음을 말한다. 캠퍼스 영역은 주변 자연과 연속적 흐름으로 이어진다. 건축도 이 흐름 안에 위치한다.

 

새로운 캠퍼스 조성과 재정비가 붐을 이루는 요즘 대학 간 경쟁 심리에 일을 서두르기 보다는 신중하고 총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 당시의 현실을 반영하므로 미래에 있어서는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간삼건축은 중앙대학교 마스터플랜을 캠퍼스가 체계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지속 가능하고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캠퍼스 계획을 끊임없이 제안할 계획이다.

 

  

김태성 간삼건축 부사장

대형 프로젝트 전문가로서 특히 업무 시설이나 연수원 등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창의적 디자인으로 다양한 조건에 대응하는 Value Creator로서 늘 새롭고 실험적인 설계를 추구한다. 그는 삶의 여러 측면을 반영하면서도 이상적인 세계를 함축해 보여줄 수 있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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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March, 2017 / vol.45
  • Main theme

    Educatiion Fac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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