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병원 감염(Hospital Infection)예방을 위한 건축계획적 접근
건축가 김천행
기존의 병원 설계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으로는 부서 내부의 주안점, 부서 간의 연결 관계, 층별 연결 관계, 물류시스템, 환자에 대한 배려, 의료진의 근무 환경 등의 내부적 검토 사항과 병원의 입지, 건물의 배치, 차량 동선, 이용자들의 동선 등 외부적 검토 사항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검토 사항이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제 병원은 일반적인 병원전산화시스템(HIS)에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로 가고 있다. 휴대폰으로 몸상태를 체크하고, 환자의 정보를 태블릿PC를 이용하여 환자와의 정보 교류 및 소통이 가능하고, 인터넷망을 통해 원거리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의료진의 편의와 직원의 절감, 환자의 적극적인 진료 및 치료를 위해 EMR, Pacs, 초고속기송관, V/C, 이송 로봇 등을 적용하고 입원 환자를 고려한 개별 의료 모니터, 환자 낙상방지 시스템, 위치추적 시스템 등 편리함과 함께 새로운 정보시대를 살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요로카테터 사용에 의해 발병하는 요로감염, 중심정맥카테터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혈류감염, 인공 호흡기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폐렴 등의 병원 감염이 1,000일 입원 시 병원 평균 약 300회 정도 발생하였다고 한다. 원내 감염 중 많은 부분이 다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이라는 논문 자료도 있다. 병원은 환자에게 적정한 진료, 치료를 통해 완쾌를 목적으로 하므로, 병원 내에서 추가 감염이 된다면 병원의 역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감염 방지 계획을 통해 병원 이용자들에게 안전한 병원을 제공하여야 하며, 이를 건축적으로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원내 감염의 종류로는 접촉을 통한 감염, 공기를 통한 감염, 의료기기를 통한 감염 등이 있으며, 1차적으로 건축적인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는 예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 병원의 정책, 관리, 홍보, 사용자에 대한 교육 등 실질적인 대인 관리가 용이해진다.
원내 감염에 대한 건축적 검토 사항으로는 접촉 감염에 대비한 계획, 공기 감염에 대비한 계획, 의료기기 감염에 대비한 계획, 시설물 감염 예방 계획, 청결물과 오염물 운반 시 감염 예방 계획, 그리고 의료진 감염 예방 계획 등 여러 가지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서 건축 계획 시 적용해야 한다.
첫째, 접촉에 의한 감염 방지로는 손씻기가 가장 큰 예방임을 여러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손씻기 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자동식 수전을 설치하여 가능한 접촉을 피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문 손잡이도 레버식에서 슬라이딩도어, 터치식이나 감지식 자동도어 순으로 비접촉식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둘째, 공기에 의한 감염 방지는 마스크 착용을 상시화하고. 병원 입구에 체온 감지기를 상시 가동하여 감염 요인이 될 수 있는 방문객이나 환자의 진입을 방지하고, 환자와 일반인의 접촉을 가능한 한 축소한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병문안 개선 시스템을 적용하여 병동에 일반인 엘리베이터에 차단 도어를 설치하고, 면회 인원을 최소화하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위한 병동 계획 등이 요구된다. 설비적인 고려 사항으로는 공조존을 분리하고 전실을 설치하고 일방향 설계로 공기 흐름을 유도한다. 오염 환자 지역이나 수술실 등 청정도 유지가 필요한 곳은 가능한 한 전배기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헤파필터를 설치하여 청정 공기를 공급하고 기압차(-2.5Pa)를 이용하여 자연스런 공기의 흐름을 유도한다.
셋째, 의료기기에 의한 감염 방지를 위해 의료 장비의 동선 체계화가 필요하다. 외래진료부, 중앙진료부, 공급부의 각 부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진료 체계와 동선 체계를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오염실과 청결물 보관실을 분리하고 의료기기도 일방향 설계로 동선을 계획한다.
넷째, 시설물 감염 예방 계획이 필요하다.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숨어 있는 공간을 배제하고 내항균성 자재 사용 등이 필요하다. 바닥과 벽 모퉁이를 둥글게 처리하여 청소가 쉽게 처리하고, 벽의 요철이 심한 곳을 축소하고, 문 손잡이는 가능한 한 오래 만지지 않거나 자동으로 개폐되는 문을 적용한다. 마감자재는 내항균성 자재를 사용해서 박테리아 등이 번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수술실의 경우, 내항균성 마감재를 사용하여야 하며, 특별히 항균이 필요한 실은 UV조명 설치를 고려하는 등 실의 기능에 맞는 자재를 사용하여야 한다.
다섯째, 물품 운반 시 감염 예방 계획이 필요하다. 청결물과 오염물 운반은 상호 교차되지 않도록 동선을 구성하여야 하며 되도록 짧은 동선을 조성하여 복도 등 내부에 정체하는 시간을 축소한다. 오염물은 특히 병원 내 감염을 고려하여 동선을 확보하여야 한다. 수평 동선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도 하역장이나 오염물 처리장과 수직으로 연결되는 위치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야 한다.
여섯째, 의료진 감염 예방 계획이 필요하다. 외래진료부의 구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환자의 대기 공간과 치료 공간, 진료 공간 등으로 나누어 환자 위주로 계획하였지만, 의료진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위해 진료실 뒷복도를 설치하여 의료진들이 환자와 동선이 교차되지 않고 진료 준비를 하며 환자와는 진료실에서 대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외래진료부의 면적이 조금 더 커져야 되겠지만 환자의 감염 방지를 위해서는 먼저 의료진의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진에 의한 병원 감염 예방은 의료진의 환경 개선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의료진을 고려한 환경개선 방안, 당직실 위치 선정, 외래진료부내 의료진용 뒷복도 설치, 의료진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 의료진 전용 휴게실 설치 등 의료진 환경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기대할 수 있다.
위의 내용들을 고려한 각 부서별 계획으로는 외래 각 과 및 중앙진료부, 공급부 등 각 부서에서 일방향 동선 계획 및 순환시스템의 적용이 필요하다. 각 부서에서 물품은 청결물 보관실/환자 사용/오염복도/오염물 처리실/세척실/소독실/청결물 보관실로 연결되는 순환시스템이 요구된다. 각 부서별 감염 방지 계획은 먼저 응급부의 경우, 출입자의 체온 분석 등 의료진과 대면 전에 확인되어야 할 것과 환자 분류가 병원 입구에서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분류된 환자의 관리 및 치료를 위해 실의 배치를 명확하게 하여 중요도가 높은 감염증 환자가 병원 내에서 타 환자에게 감염시키지 않도록 한다. 병동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병동에 외부인의 진입을 제한(병문안 개선, 차단문 설치)하고, 병실 세면대 설치(의료진에 의한 감염 방지), 병동내 오염 우려지역 구분(Dry Zone과 Wet Zone의 구분), 오염, 청결 영역 분리(오염존과 청결존의 구분, 영역의 흐름 구성) 등이 필요하다. 한편 중환자 및 격리환자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중환자실, 격리실의 위치를 잘 고려하여 통과 동선이 되지 않도록 하고 물품의 공급이 원활하도록 구성하며 양압이 필요한 혈액종양환자들은 양압격리부스를 설치하고 외부의 오염 공기가 인입되지 않도록 계획한다. 감염환자를 고려하여 감염환자의 동선은 별도의 외부 동선을 확보하고 외부인 및 의료진과의 차단이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지정 음압격리병동의 경우 감염환자동선은 별도의 외부동선을 확보하고 내부와 연결시 여러 차단 장치가 요구된다. 감염환자가 사용한 물품들은 양문형 오토클레이브를 통해 멸균 후 별도 처리가 필요하다. 의료진에 대한 감염도 적극 차단이 필요하며, 의료진들의 복장뿐만 아니라 병동 진출입 시 완전 분리된 진입 동선, 진출 동선을 구성하여 PPE 착의 및 탈의, 샤워, 갱의 등의 여러 실을 일방향 시스템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내시경실에서는 Scope 장비의 동선, 의료진 동선, 환자 동선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환자의 진입, 진출 동선을 분리(환자 대기 ⇨ 내시경 시술 ⇨ 회복 ⇨ 대기실 ⇨ 외부 이동)하고, 내시경 오염 장비의 세척 동선(보관실 ⇨ 내시경 시술 ⇨ 장비 세척 ⇨ 장비 소독 ⇨ 장비 보관)을 분리하여 감염되지 않도록 계획한다.
수술실에서는 환자, 의료진, 물류 동선이 특별히 중요하다. 환자 동선과 의료진 동선, 소독물, 오염물의 동선 분리가 필요하며, 환자의 동선(환자는 전처치실/수술실/회복실/병동), 의료진의 동선(의료진은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갱의실 ⇨ 수술실/갱의실), 소독 물품의 동선(중앙공급부에서 소독된 수술 물품은 소독물실/수술실/수술후 오물처리실 또는 중앙공급부)이 각각 일방향 동선이 되도록 계획한다. 수술 후 중환자실로 이동하는 환자의 복도 위치 또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감염 예방은 수술 전보다 수술 후 사용 물품의 관리 및 동선 계획이 특히 중요하다. 가능한 단거리 별도 동선을 계획하여 수술실이나 수술 복도에 감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만실과 신생아실, NICU에서는 산모, 신생아, 신생환아, 보호자, 의료진의 동선 계획을 통해 신생아와 신생환아의 감염 예방에 특히 유의한다. 또한 난산 시 산모의 수술실 이동 동선에도 유의하여 CPR상태를 방지한다.
진단검사의학과의 동선 계획은 검체의 이동 동선, 부서내 감염 방지를 위해 미생물검사실의 진균, 바이러스, 결핵실 등 압력 조절이 필요한 실의 공기 흐름 유도가 필요하며, BSC, 국소 배기, Fume Hood, Clean Bench 등을 통한 공기의 흐름 관리 및 처리, 혈액 및 체액의 관리, 채혈 채뇨 시 고려되는 환자의 동선을 고려한다. 병리과의 경우, 수술 중 검체의 이동 동선에 유의해야 하며 검체의 이송 중 훼손이나 오염되지 않도록 고려한다.
수술실 등에 소독물을 공급하는 중앙공급부는 위치 선정 시 수술실 집기, 린넨, 기타 수술실 공급을 위한 물품의 동선을 감안한다. 수술실에서 사용한 오염물의 동선에 특히 유의해야 하며 주변의 오염이 최소화되도록 계획한다. 중앙공급부의 업무의 흐름은 세척실/분류/포장/소독실/청결물 보관/수술실 및 응급실, 병동에 공급하는 일방향 동선 계획이 되어야 하며, 물품 이동 복도의 분리를 통해 오염물과 청결물이 교차되지 않도록 고려한다. 약제부(조제, 제제, 공급동선) 또한 하역한 약품과 조제, 제제한 이후의 투약용 동선이 분리되도록 고려한다. 환자식 주방(하역장과 연결된 전처리실, 가공, 배선동선, 배선용 엘리베이터의 위치와 배선실 위치, 퇴식, 세척동선)은 HACCP 기준에 의거해서 감염 예방을 고려한다.
메르스 사태는 그동안 일반 환자들의 시선을 피해 배치되었던 부서인 감염내과가 외주부에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감염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감염 부서의 담당의 의견을 반영하게 되었고, 병원 평가 및 JCI기준 반영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법이 개정되어 공기 감염을 고려한 병상 간 간격이 법적으로 정해지게 되고, 음압격리병실의 기준을 새로 정립하게 되었다.
우리의 주변에는 미세먼지가 항존하고 새로운 변종균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병원 감염에 대한 기준과 대응 매뉴얼 등이 잘 정리되어 차후 유사 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어야 겠으며, 건축적으로도 산학연구를 통해 의료시설에 대한 기준 등 합리적인 계획 기준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건축가 김천행 (주)간삼건축 설계2부문 상무
간삼건축의 Medical Planner로서 간삼건축에서 진행중인 모든 의료복지시설을 관리하고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한국은행 대전지점, 제주도립미술관, 휘닉스 아일랜드, 건국대학교 민자기숙사, 사랑의교회 등과 의료시설인 명지병원,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 국립소록도병원 리모델링, 경기도 노인전문 평택병원, 연세대학교의료원 재활병원 증축, 영남대학교 병원 호흡기전문질환센터,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외래센터 및 외상센터, 은평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격리병상, 건양대병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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