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교직원공제회관_ 조경건축가 윤영준
Landscape Architect Sean Yoon
건축의 바깥
기둥과 벽체, 바닥으로 구성된 3차원 공간인 건축의 안에서는 쉽게 공간감을 인지하게 되지만 물리적 구성 요소가 다른 건축의 바깥은 그것이 쉽지 않다. 건축의 바깥에도 가든 월 Garden wall이나 수림 Bosque에 의해 3차원의 공간이 성립하지만 다양한 자연이 주는 감성적인 윤곽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경에서 대지를 읽고 잠재력을 발견하는 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교직원공제회관의 바깥은 27층 타워의 건축적 스케일과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입체적인 공간감과 장소의 잠재력을 추출해 낼 수 있는 건축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대지가 속한 여의도는 바람이 잦아 Mist 형태의 수경시설보다는 Water fall type에 Basin Less 수경시설이 적합한 환경이었고, 교직원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스승을 상징하는 인문학적 공간으로 The teachers square 개념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멕시코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an, 1902∼1988은 Las Arboledas에서 Eucalyptus 숲이 가진 압도적인 자연을 하얀 벽체에 투영시켜 정(靜)과 동(動), 자연과 인공의 극적인 대비를 보여준 바 있다. The teachers square에도 초중고교의 세 관문을 상징하는 게이트 Gate 벽체에 투영되는 자작나무 음영을 통해 색다른 공간감을 연출했고, 엇갈린 각도의 게이트 사이로 도시의 풍광이 스펙트럼 Spectrum처럼 펼쳐지게 했다. 낙수대에서는 수조가 아닌 그레이팅 Grating으로 직접 물이 떨어져 기분 좋은 물소리가 연신 들리게 되는데 무더운 여름날엔 더 없는 청량감을, 봄가을에는 도시 소음을 잊게 하는 사운드 스케이프 Soundscape를 연출하게 된다.
사실 고층 건물에 속한 공개 공지는 근대 건축의 형태 원리를 그대로 답습해 독립된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고층 건물 아래 통과 동선의 기능에만 충실했기 때문에 빌딩 숲의 골바람과 일조량 부족을 만회하려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교직원공제회관의 공개 공지는 교목이 성장할 수 있는 토심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지형 Planter를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자연 지형을 닮은 dynamic한 녹지 planter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포장 패턴 역시 화강석을 탈피해 친환경적이고 색감이 따뜻한 테라코타 포장 Terracotta paving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적용하여 도시 미관에 변화를 주었다.
건축이 인간 생활을 수용하는 물리적인 거점을 조성하는 일이고 토목이 거점의 기반 Infrastructure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조경은 인간과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현재화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관의 The teachers square는 생명력 넘치는 디자인을 통해 건축과 토목이 정의한 물리적 공간 개념을 넘어 도시 풍경에 확연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녹색 인프라로 구성된 이 광장이 도시라는 여건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구축해 나가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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