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은평성모병원_ 인테리어 김미선

INTERIOR DESIGNER Kim Mi Sun

병원도 상업공간의 일종입니다. 이상적인 인테리어 전략은 무엇일까요?
고객들에게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 병원 고유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결국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죠. 차별화는 트렌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따라서 병원이 가진 정체성을 파악하고 고객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을 발견해서 병원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의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예전에 진행했던 산부인과 병원 프로젝트가 생각납니다. 그 병원은 당시 산부인과로서는 상당한 네임밸류 Name Value를 확보했었고, 다수의 고정 고객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때문에 건축주는 의료진을 내세워 광고하기보다는 공간을 통해 명료한 컨셉트가 전달되기를 원했죠. 저는 전형적인 병원 이미지에서 벗어나 도시적인 세련미를 갖춘, 마치 오피스 건물의 내부처럼 정교하고 인텔리전트 Intelligent한 분위기를 구현했어요. 그 병원만의 차별화 전략이었던 셈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은평성모병원에 대해 질문 드리죠. 인테리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입지 특성에 따른 주변 자연 경관과의 조화라고 할 수 있어요. 건물 내부 인테리어 작업임에도 외부 자연을 적절히 끌어들이는 장치를 여럿 마련했죠.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휴게 공간에는 도시 경관과 주변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위치별 특성을 고려한 공간을 마련했고, 외래부에서는 지루한 대기 시간 동안 자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어요.

개인적으로 로비의 아트리움이 인상적인데요.
은평성모병원은 내외부 어디서나 맑은 공기와 푸른 조망을 느낄 수 있는 입지 조건을 지녔어요. 이 때문에 우리는 ‘빛’이라는 컨셉트를 설정해 병원 전체에 자연 채광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노력을 했었죠. 강한 선과 매스로 이뤄진 로비 천장의 경우 자연광과 유사한 간접등으로 빛을 만들어 낸 겁니다. 천창에서 나오는 빛은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비일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색다른 공간의 전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병원이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컬러가 과감하게 사용된 느낌도 있습니다.
길찾기를 위한 사이니지 Signage는 병원뿐 아니라 모든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테리어 설계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사이니지는 건물 수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은평성모병원에서는 가톨릭과 치유의 의미를 가진 색채 계획을 통해 고객에게 쉬운 길찾기를 제공하고자 했어요. 블루 Blue, 그린 Green, 옐로우 Yellow, 바이올렛 Violet을 주요 컬러로 정해 외래센터와 병동 간호스테이션 영역에 컬러를 입혔습니다.

이와는 달리 곳곳에 설치된 가구는 차분한 느낌이 강합니다.
이제 가구는 제품이라기보다는 인테리어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공간의 일부가 되었죠. 이번 은평성모병원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도 모듈러 유닛 Modular Units을 적용해 가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점이라 생각해요. 외래센터의 음수장 유닛, 병실 붙박이 가구 유닛, 외래센터 세면대 유닛 등 모듈화된 시스템 개발을 통해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어요. 날이 갈수록 기술과 인테리어는 서로 긴밀해지는 느낌이에요. 간삼건축의 병원 인테리어 전략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는 가구입니다.

은평성모병원 인테리어가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했으면 하나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은평성모병원의 본질은 이미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었는데 병원 곳곳에 충만한 가톨릭 영성에서 비롯된 것이죠. 그것을 발전시켜 내세운 전략은 병원 특유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한 채 마리아의 품으로 안식을 찾아온 이에게 쉼터 같은 공간을 제공하자는 거였어요. 이런 의도가 환자를 비롯한 내원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

김 미 선

INTERIOR DESIGNER

의료시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호텔, 리조트, 오피스 및 교육시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베트남 다낭 탄콩그룹 신라 리조트, 가톨릭대 성의교정 60주년 기념관, 명동성당 코스트 홀, IBK을지로 본점 리모델링 등을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