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지 특성을 이용한 치유 환경 조성
은평성모병원 건축가 감동호
"인간은 누구나 따뜻하고 화사한 봄날, 만개한 꽃 향기, 서서히 짙어 가는 녹음을 바라보며 묵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건강과 자연환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개관한 은평성모병원은 그 어떤 병원보다도 입지 주변의 자연 경관이 훌륭해 치유를 위한 환경 조성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인간의 건강은 자연환경과 건축 환경의 질과 성격에 영향을 받는 물리적, 심리적 상태에 관계된다.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이자 의료 컨설턴트인 카이저 Kaiser는 ‘치료’와 ‘치유’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치료 Curing가 과학적이고 기술적이며, 환자의 육체에 관한 것이라면 치유 Healing는 정서적이고 경험적인, 환자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료는 하이테크 High-tech이고, 치유는 하이터치 High-touch이다.”
과거의 병원은 기술과 능률에만 초점을 맞춰 건축돼 왔는데 이는 서양의학 관점에서는 정신과 육체는 별개이고 환경은 2차적인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환경은 인체 내부의 치유 과정을 활성화하는 환자들의 능력에 영향을 준다. 특히 자연 경관은 치유 과정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은 의료시설 기반에 정원과 같은 자연 요소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재활병원인 세인트 미카엘 센터 St.Michael Center는 자연 수목 지역과 정원 마당이 보이는 병동을 계획해 기존 시설에서 6주 이상 걸리는 치료 과정을 평균 2~3주로 단축하는 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따뜻하고 화사한 봄날, 만개한 꽃 향기, 서서히 짙어 가는 녹음을 바라보며 묵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건강과 자연환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개관한 은평성모병원도 그 어떤 병원보다도 입지 주변의 자연 경관이 훌륭해 치유를 위한 환경 조성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은평성모병원은 도심 속 의료시설이지만 자연과 맞닿아 있는 대지가 장점이었다. 기존의 대지가 갖고 있던 자연환경을 잘 이용해 주변 경관을 접할 수 있고 녹지를 조망할 수 있는 병실과 외래 공간을 만들었고, 외부 녹지 공간과 연계될 수 있는 옥상정원과 치유의 숲을 계획해 외부 정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중 외부에 조성된 치유의 숲은 동측 공개공지와 연계돼 있어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역 사회의 중심적인 장소로 그 역할이 기대된다. 은평성모병원은 병원의 기본 역할을 다하면서 주변 환경이 환자의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계획된 곳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계획들이 환자와 가족의 치유와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바라본다.
참고문헌
Sara O Marberry, Health Design. John Wiley & Sons inc,1997
Mary Guzowski, Daylighting for Sustainable Design..McGraw-Hill,2000
치유환경을 위한 생태적 의료시설 계획에 관한 연구.이소영,박재승, 2004
감 동 호
ARCHITECT
기획설계부터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경계을 잘 넘나드는 건축인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병원/산업연구시설 그룹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오뚜기 중앙연구소, 원익홀딩스 신사업장,까리따스 수녀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