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생명 구호의 최전선, 응급환자 동선
은평성모병원 건축가 김영민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평, 수직 동선을 사전에 계획하는 것은 병원 건축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설계 단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의 협업을 통해 세세한 사건을 예측해가며 완성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 또한 이동 중에 감염이나 2차 피해로부터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선 계획도 심도 있게 고민할 문제다."
병원은 수많은 공간과 이를 연결하는 패스 Path들이 다양한 레이어의 형태로 플랜에 전개된다. 이 패스는 물품의 반입, 검체의 이송, 베드 의 이동, 청결도의 구분, 중앙공급부의 반입 및 반출, 영양팀의 배선카, 의료진 전용 동선, 운구이송, 소방 등과 같이 어떻게 보면 단순히 연결 동선이지만 이합의 과정과 복합화로 인해 다양한 변수에 직면하게 된다. 공간을 잘 계획하더라도 동선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 운영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병원 설계 시 난이도를 상향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하고 다양한 레이어의 패스 외에도 병원 특성에 따라 추가적인 동선을 두게 되는데 그중 의료진의 요청으로 마련된 응급환자 이송로는 매우 중요한 계획 중 하나다.
병원에서의 응급 상황은 응급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분만실, 혈관계를 다루는 각종 처치실, 심지어 치과 진료실에서도 응급환자는 발생된다. 이 때 안전하고 신속한 환자 이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급환자 동선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이다. 은평성모병원에도 의료진과 건축가가 함께 고심해 설계한 응급환자 동선이 몇 가지 있다.
기관지 내시경 Broncho 시술은 호흡기센터 의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난도 시술로 불리며, 시술 중 대량 출혈의 위험이 상존한다. 호흡기 관련 진료센터가 외래에 있으나 4층 수술부에 별도의 기관지 내시경실을 배치한 이유는 시술 중 응급 상황 발생 시 수술실로 바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계획은 그 분야의 전문 의료진이 병원에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출산 중 산모나 태아에게서 발생될 수 있는 위험성은 상당히 높다. 특히 요즘은 산모의 고령화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분만 중 응급 상황 발생률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은평성모병원 포디움 상부의 병동들 중에서 산부인과 병동이 중앙수술부와 가장 가까운 직상부에 배치된 이유는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함이다. 이는 분만실과 소수술실, 신생아실, 신생아 중환자실 NICU이 함께 구성돼 있는데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병상 엘리베이터를 통해 신속하게 수술실로 이송된다.
4층에는 또 내과계 중환자실 MICU, 외과계 중환자실 SICU, 소아 중환자실 PICU, 심장계 중환자실 CCU로 별도 구획된 중환자실이 위치했는데 안전하고 신속한 베드 Bed 이동을 위해 수술부와 같은 층에 구성했다. 그중 심장계 중환자실 CCU의 경우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수술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 심도자실 Angio 또한 CCU, 하이브리드 수술실과 연결 동선을 구축해 혈관계 수술 및 응급 환자의 이송이 보다 안전하도록 계획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심뇌혈관계 응급 환자 발생이 높은 추세인데 응급의료센터에 이송된 급성심뇌혈관계 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정확한 처치는 생존을 결정 짓는 요소다. 은평성모병원 내에서 응급의료센터의 메인 복도와 가장 가깝게 연결된 진료실이 심뇌혈관센터인 이유는 바로 혈관계 응급 환자에 대한 골든타임 때문이다. 이 외에도 호흡기 응급 감염환자가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경우 원내 진입 전에 외부에서 음압격리실로 바로 입실할 수 있도록 별도의 출입구를 구축했으며 옥상의 닥터헬기장과 응급의료센터를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직접 연결함으로써 헬기 이송 환자에 대한 안전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평, 수직 동선을 사전에 계획하는 것은 병원 건축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설계 단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의 협업을 통해 세세한 사건을 예측해가며 완성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 또한 이동 중에 감염이나 2차 피해로부터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선 계획도 심도 있게 고민할 문제다. 다만 메디컬 플래닝 과정에서는 숙련된 건축가도,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조차도 유효한 대안을 이끌어내거나 단시간에 결정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는 병원 건축이라는 난이도나 복잡성의 영향도 있겠지만 환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대한 결정은 아무래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영 민
ARCHITECT
창의적 공간 구현과 합리적 질서 찾기를 통해 조화와 균형 있는 건축을 하고자 한다. 주요작으로 장충동 업무시설, 사랑의 교회, 국립중앙의료원 서8병동 및 재활의학과, 강원대학교병원 호흡기질환센터, 장흥통합의학센터, 가톨릭국제술기교육센터, 창원파티마병원 외래증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