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환자 중심의 사고로 만든 꿈의 병원
은평성모병원 대표건축가 공승환
오피스, 리조트, 연수원 설계에서 경력을 쌓은 건축가 공승환은 2014년부터 은평성모병원 건축을 위한 사전 조사와 인허가 및 설계 전 단계를 이끌었다. 2019년 4월 은평성모병원의 성공적인 개관을 통해 다시 한 번 간삼 병원 건축의 위상을 공고히 다진 그를 만나 지난 5년간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은평구에 들어서는 첫 번째 대학병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역사적인 오픈을 하기까지 과정은 어땠나요?
은평구에는 그동안 대학병원이 없었어요. 서울 서북부 지역과 고양시 의료 수요를 커버할 수 있는 입지에 병원이 들어선 것이죠. 은평성모병원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자는 취지로 설계가 진행됐습니다. 800병상의 병동을 갖추고 센터형 구성으로 외래 영역을 강화한다는 지침으로 규모가 설정되었습니다. 특히 감염 관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청결-준청결 구역으로 명확하게 구성된 수술부와 집중치료실 ICU의 기능적인 연결을 위해 저층부 포디움의 최소 규모도 결정됐어요. 대형 프로젝트답게 설계부터 준공까지 다양한 설계 변경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특히 계획설계 중에 외래 진료부의 기능 강화 결정에 따라 전체 규모가 증가되고 전면적인 계획의 조정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건축 인허가 절차도 지연되면서 전체 설계 기간이 예상보다 많이 길어졌습니다.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한 산고의 시간이었다고 할까요.(웃음)
로비에 들어서면 아트리움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자연광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포디움 상층부에는 중앙수술부를 배치해서 로비 Lobby에는 자연 채광 아트리움 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로비 천장을 색 온도 조절이 가능한 LED등으로 구성해 자연 채광처럼 밝고 개방적인 공용 홀을 구성했습니다. 로비는 기둥이 없는 대 공간이므로 상층부에 배치된 병동을 지지하려면 면밀한 구조 계획이 필요했어요. 병동부 하중을 떠받기 위해 포디움 상단에 메가트러스 Mega-Truss를 위치시켰죠.
환경 친화 병원으로 알려졌는데 친환경적 요소는 무엇이 있나요?
일사량이 많은 병동부 남측 입면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시스템 BIPV을 전체 면적의 1/4 가까이 사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했고 최하층에 천공을 통한 지열히트 펌프를 적용해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외에도 우수저장조, 고단열, 고기밀 자재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 1등급과 녹색건축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죠.
몇 번의 리포트에서 은평성모병원의 공공성을 언급하셨어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전체 대지 면적의 10% 이상을 공개공지로 조성했습니다. 특히 주요 보행 축이라 할 수 있는 통일로 변에 면한 두 개의 공개공지는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휴게형 쉼터로 조성했어요. 걸어서 진입하기 쉽도록 경계부를 처리했고 수경 시설을 배치해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었죠. 공개공지는 병원으로 가는 주 보행로와 분리해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온전히 시민들의 공간으로 남겨 뒀어요. 특히 치유의 숲은 은평구청과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마련된 공간으로 자연공원과 지역 내 도시계획시설의 연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치유의 숲이라는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죠. 자칫 방치될 수 있었던 공간이 행정-기업-지역 주민의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간삼의 병원 설계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이고 이번 은평성모병원 프로젝트에서 진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병원 설계에 있어 간삼건축은 감염 관리 같은 기본적 기능의 확보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치료를 넘어선 치유 환경을 조성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어요. 그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라는 기본 정신이 있는데 그 어떤 프로젝트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치라 할 수 있죠. 이번 은평성모병원 프로젝트도 마찬가집니다. 훌륭한 자연환경을 갖춘 입지라 자연을 활용해 환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드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주변 자연을 대지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병원의 외부 공간을 인근 공원까지 확장하기도 했죠. 이번 프로젝트가 특이한 점은 이런 치유 환경이 지속적으로 확장된다는 점입니다. 병원 남측에 있는 치유의 숲은 병원의 치유 공간을 넘어 지역의 치유 공간으로 그 역할을 확장하게 됩니다. 현재도 통일로 변 건천의 암거를 연장해 상부를 공원화함으로써 치유 공간을 확장하는 계획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이 지역 주민에게 일상의 공간으로 다가간다는 의미가 바로 이겁니다. 생활의 일부로서 지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하는 것이죠.
공 승 환
ARCHITECT
일상의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 건축은 생활의 일부이고 일상으로 대하는 건축 속에서 소중한 행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을 디자인한다. BSL연구시설, GMP등 특수 산업시설과 종합병원에 이르는 간삼건축 특수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창원파티마병원 외래증축, 오뚜기 중앙연구소, 대웅제약 오송cGMP시설, LG생명과학 오송캠퍼스, 가평 한화인재경영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