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건축을 만나다
송암 스페이스센터 건축가 남명관
소년? 풋풋한 아직 때 묻지 않은 맑은 정신세계의 남자로 사회적인 통념으로는 18금 이하의 정신세계를 갖은 집
단으로 오해 받는 대상. 주요 반대어로는 어른, 성인 등이 있음.
건축? 모든 사람들이 향유하는 공간을 형성하는 방법과 그 실체 일체를 말함.
만남? 하나의 개체와 또 하나의 개체가 교집합을 이루는 순간으로 그 농도 및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귀결
지어 진다고 알려져 있음.
소년+건축+만남=소년이 건축을 만나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남명관의 건축이야기.
만남, 긴 햇살이 드리워진 봄날의 오후와 같은...
늦은 겨울의 햇살이 내리 비치는 설날의 새 밑 간삼건축 1층 라운지 휴게실에서 남명관 소장을 만났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는 늘 무덤덤하다. 특히, 어떤 목적을 가진 만남은 긴장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사실이
다. 우리는 많은 이유로 사람을 만난다. 거래를 위해 만나는 경우도 있고, 싸우기 위해, 구걸을 하기 위해 만나기
도 한다. 누군가와의 끊임없는 만남이라는 과제 속에 살다가 죽음이라는 녀석을 만날 때까지 우린 계속 만남을
거듭해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직이 공자님께서는 “有朋而 自遠訪來 하니 不易樂好”라 이야기 하셨다. 일천
년 전 공자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이 서로 앞 다투어 자신을 뽐내고 더
불어 무법천지의 다툼과 경쟁을 일삼던 시절에 공자는 무슨 의미로 그와 같은 말을 그의 경전 구절에서 읊은 것
일까?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 왔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라고 해석 될 수 있는 이 문구의 진정한 의미는 아
마도 그 어려운 난관의 시절에 그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니 참으로 기쁘다는 의미가 아니었을
까? 공자와 같이 세상을 통찰하였던 인물에게 있어 그와 소통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났다는 것은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가 말이다.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듯 그 작은 소통의 실마리를 얻는 곳에서부터 출발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간삼건축 사옥
을 자주 찾게 된 필자는 휴게실에 놓여 있는 c3싸이즈의 그랜드 피아노와 그 옆으로 드리워진 긴 창이 익숙해져
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그 창 틈으로 드리워진 긴 햇살이 어린 날의 졸음을 달래던 그 빛깔처럼 익숙한 몸짓으
로 내리워져 있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단정한 양복 차림의 남명관 소장이 한 손엔 두툼한 페이퍼를 안
고 휴게실로 들어섰다. “초면에... 만나서...” 모 이런 식의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은 후 가벼운 이야기로 우리
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건축은 행복한 가치를 찾아내는 일
‘어린 시절 우린 학력고사 세대였지요. 4지선다형의 문제가 주어지고 서로 헛갈릴 것 같은 답들을 늘어놓은 후
에 누가 그 중 정답을 잘 고르는가에 따라서 우수한 학생과 덜 우수한 학생이 평가 받는 방식에 길들여져 살아
왔지요. 하지만 세상에 나와 보니 아무도 그와 같은 방식의 문제를 내어 주지 않더군요. 오히려 세상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라고 하더군요. 문제도 스스로 찾고 답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일 그것이 내가 살아왔던 과제였으며
그 과정이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축계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남명관 소장의 대답이다.
디자인 세상에 어울리는 교육방식과 커리큘럼 그리고 사고방식을 통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그의 말속에는 디자
인이란 삶과의 끈끈한 만남의 결과치 이며 그 결과는 정답과 같은 어떠한 가치로 귀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
다.
건축과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을까?
“사실 건축은 1지망이 아니었답니다. 원래는 전자공학 쪽을 지원 했었죠. 하지만 2지망이었던 건축을 전공 하게
된 게 건축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및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지라 많은 활동을 통해
그 분야의 공부에 임해 보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까 그것이 제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지요.”
경영학 전공의 부인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젊은 아빠인 남명관 소장, 건축 일을 하면서 결혼 생활에 어려운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 “많았죠?” 몇 일 늦게 들어가거나 못 들어가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보니 가족의 화가
늘 많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도 이해하는 건 아니랍니다. 다만 그러려니 하는 내성을 갖게 된 것뿐 이죠. 유
복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을 생각하면 자식들에게는 충분히 주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도 듭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의 깊이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원정수 고문께서 작업을 이끌
때는 강한 포스와 같은 게 느껴집니다. 같이 작업 하실 때면 이런 저런 상상 속의 그림들을 형용하시고는 “자 어
때 참 멋질 것 같지 않아?” 하고 말씀 하실 때, 이분이 참 건축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 또
한 건축을 접하면서 그 상황에 맞는 최적의 가치를 찾는 작업이라는 생각으로 접하곤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원
하는 것과 그 건축이 접한 상황에 맞는 것을 이끌어 내는 작업,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하여 최적의 상태와 균형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건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농구 동아리와 와인동호회를 즐기고 정돈된 세미 클래식을
가볍게 듣는 방식을 즐긴다는 남명관 소장. 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단정함과 정돈된 선들이 기억의 잔영으로 남
아 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라는 질문에 그는 두 가지를 이야기 했다. 하나는 자기 것을 찾자! 그리고 또 하
나는 전문가로써의 노력이었다. 자신을 존중하고 자기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기의 향기를 갖는 것
이 소중한 덕목이며 전문인으로써 준비하고 그 기회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건축 인으로써의 자세이며
자신 또한 아직도 그러한 마음으로 건축에 임하고 있다고 전한다. 13년 전 간삼인으로 첫 사회와의 만남을 시작
한 남명관 소장은 어느덧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소장으로서 간삼의 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건축은 그렇듯 끊임
없는 만남과의 조응이며 그 최적의 가치를 일구는 작업이며 그렇게 만들어 가는 디자인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
는 남명관 소장과의 만남은 즐거운 소통이 아닐 수 없었다. 소년의 마음처럼 맑고 투명한 가슴을 통해 상황과
행태를 탐구하는 행위, 그것이 삶이며 남명관의 건축이 아니었나 조심스레 되새겨 본다.
남명관
남명관 소장은 96년 간삼건축 입사후 13년간 꾸준한 업무수행 능력을 발휘하였으며 설계2본부에서 역량을 발휘
하고 있다. 주요작품은 금융감독원 통의동 청사, 경희의료원 중정시설, 송암스페이스센터 숙소동, 중곡동 다목
적체육센터 및 도서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