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만화의 세계가 교차된 건축물

만화영상진흥원 건축가 김종섭

Q. 국내,해외협력사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입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이 되었나요.

A. 간삼파트너스가 프로젝트를 주관해서 진행했고 무영건축이 부 주관사로 참여한 턴키 프로젝트였습니다. 해
외설계사인 NBBJ와는 예전의 몇몇의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었던 관계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파
트너쉽을 통해 함께 설계를 진행하게 되었고요. 시간상으로 보면 기본설계 4개월, 실시설계 5개월이 소요되었
고 공사에는 2년 8개월이 걸렸습니다. 사실 3년이 넘는 이 시간이 저희에게는 색다른 의미를 주었습니다. 다름
이 아니라 계획설계와 실시설계, 시공이 진행되는 동안 최초 계획단계에서 설정한 컨셉과 도면이 거의 변함없
이 끝까지 진행된 드문 프로젝트 중에 하나였다는 것이지요. 사실 계획단계의 컨셉이나 디자인이 수정 없이 마
지막까지 그대로 반영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저희가 이번 프로젝트에 특히 의미를 두는 것은 국내 컨소시
움 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건축회사가 참여한 파트너쉽을 통해서 이런 건축 프로세스를 원만히 이끌어 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와 영상에 관련된 시설들이 한곳에 집약되어 있는 최초의 건물입니다. 구체적으로 어
떤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A. 만화영상진흥원은 뫼비우스 띠처럼 만화지를 말아놓은 형태에서부터 조형적 모티브를 얻어서 출발한 프로젝
트였습니다. 설계 당시에 전체 공간을 크게 전시공간과 사무공간 두 가지로 분류하였고 이 공간들은 각각 복합
만화공간인 ‘뮤지엄 만화규장각’과 만화콘텐츠 생산 기지 ‘만화비즈니스센터’ 두 개의 동으로 현실화 되었습니
다. 만화비즈니스센터는 만화와 관련된 벤처사무실과 작가들이 창작하는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뮤지엄 만
화규장각은 만화와 관련된 컨텐츠를 기획하고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1층에 로비와 대 상영관, 2층에 도서관, 3-
4층에 전시장이 있습니다.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상당히 긴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그것을 통해 올라가면
서부터 만화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실제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이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올라가는 과정 자체를 굉장히 신기해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릴 적 향수를 느끼면서 올 수 있는 공간입니다.

Q. 춘천에도 애니매이션 박물관이 있는데요. 이 두 시설은 서로 어떻게 차별점을 갖는지도 궁금합니다.

A. 부천만화영상진흥원은 춘천의 애니메이션 박물관보다 규모 면에서는 10배 이상 큰 공간입니다. 춘천에 있는
박물관의 경우 안타깝게도 어른이나 애들 모두 접근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부천의 경우는 만화뿐만 아니라 부
천의 다른 컨텐츠와도 연계가 가능해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고 시 경계에 위치하다 보니 접근
성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곳을 봐도 부천 만화영상진흥원과 같이 대규모의 전시장을 갖춘 곳은 거
의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이 가장 발달되어있는 벨기에와 프랑스에도 부천처럼 시설들을 집약되어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굳이 비슷한 사례를 찾아 보자고 한다면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성격상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
을 것 같습니다.
여러 만화 관련 전시공간 중에 굳이 지브리 스튜디오를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저
희는 이 공간 자체가 누구나 와서 보고 만지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
문일 것입니다. 단지전체가 영상산업단지이다 보니 드라마, 영화 세트장이 바로 옆에 있죠. 설계단계에서 만화
영상진흥원 단독건물이 아닌 단지 전체를 하나의 Valley로 구성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
니다. 관련시설의 집적체로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단지전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 였습니다. 만화영상진흥원의 준공으로 우리나라 만화 산업이 혁신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
지만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초석을 놓았다는 자부심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섭 소장
(주)간삼건축 설계1부문 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제주 르네상스호텔, 라마다 프라자 제주호텔, 건국대학교 마스
터플랜 등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