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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디자인하는 건축가

대한생명 일산사옥 건축가 이태민

이태민소장에게 있어서 건축은 물리적인 하드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
재이다. 그렇기에 그는 건축을 심상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가 최근 완성한 대한생명일산사옥은 그가 지
금까지 건축을 해오면서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모든 요소들을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 애쓴 프로젝트이
기도 하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도심건축프로젝트가 그렇지만 그는 밖으로부터 바라보이는 건물의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내부로부터 바라보는 바깥의 모습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계획에 임하는 편이다. 그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어디엔가 갇혀버린 것과 같은 인상을 사람들에게 주는 건축물은 결코 좋은 건축이 아니라
고 말한다. 건물에 들어 섰을 때 사람들이 받는 인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건물의 진입공간에 시각적으로 개
방 감을 주고자 하는 것은 그가 계획한 모든 프로젝트 마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종의 원칙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그가 완성한 한화 경주 콘도미니엄의 경우에도 이런 그의 원칙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화경주콘도는 다른 콘도와는 다르게 1층 로비공간의 외부로 유리 박스를 돌출시켜 그 안에 로비 프론트를 설
치함으로써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프
론트를 건물 외부에 설치하였을 때 관리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인해 클라이언트의 반대도 있었
지만, 그가 생각하는 콘도미니엄의 가장 좋은 모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설득할 결과 지금
과 같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좋은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대한생명 일산사옥은 그만의 독특한 건축 철학이 배어있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오피스 건물의 경우
예전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만 하는 공간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의 관점에서 보면 사무 공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히려 집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공간으로서 오히려 집보다 더 좋은 공간 서비
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축가들이 주택을 설계할 때 현관, 거실, 그리고 방에서의 느낌이 어떠해
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업무시설 또한 맨 처음 전철역에서 건물로 향해 다가가는 길의 느낌, 마당을 가로 질
러 가면서 올려다보는 건물의 인상,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대기공간의 소음, 엘리베이터를 내려 나의
업무공간으로 걸어갈 때의 발걸음, 그리고 일을 하다가 쉬고 싶을 때 들르게 되는 휴게공간에서 바라다 보이는
외부 조망 등 이 모든 것들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배려하고 계획하였을 때 비록 그 업무시설은
시간이 흘러 낡아지더라도 사람들의 심상에도 항상 새롭고 좋은 시설로 기억되는 좋은 건축물이 될 것이라는 것
이 업무시설에 대한 이소장의 생각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은 주어진 문제를 아이템이나 기호로 풀어내도록 훈련 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렇게 훈련 받은 건축가
들이 본질적인 부분을 찾아 모색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문제해결은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아주 쉬운 방법으로 다
가 올 수 있다는 것이 건축에 대한 이소장의 생각이다. 건축가들이 흔히 리조트 계획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아이템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건축 시설에 있어서 본질은 사람이며, 그렇기 때문
에 어떠한 문제이건 사람이라는 척도를 가지게 된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리게 마련이다. 또한 이태민 소장
은 건축의 척도로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건축가로서 건축주와의 관계, 건물 이용자와의 관계,
회사 내에서의 직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사람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할 줄 아는 아량 넓은 건축가이기도 하
다. 그는 좋은 클라이언트, 좋은 건축가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를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
그가 계획하는 건축물의 아주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도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기고 삶의 추억
이 담기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그 사람들의 삶을 사랑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을 즐길 줄 아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이렇듯 순수한 열정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그이기 때문에 종종 클라이
언트가 조직으로 대응해 올 때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기능을 풀어내 보는 것
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이 서로 통하는 사람과 더 좋은 것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아 가는 과정 자
체가 즐겁고, 실제로 그렇게 했을 때 더 좋은 건축물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이태민 소장은 예전에 그가 했던 프로젝트를 둘러보는 시간을 종종 갖는다. 그럼으로써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고, 그가 좋다고 느꼈던 부분이 왜 이제 와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항
상 추구하고 고민하는 건축가이다. 그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가이기에 그가 만드
는 공간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행복을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그가 계획한 건축물이 점점 더 소탈해지고 단순해지는 것은 그의 건축에 대한, 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
만큼 깊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이태민 소장
서울대학교 건축학과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종합건축사 사무소 이로재와 NIKKEN SEKKEI (日建設計)에서 근
무했으며 1997년부터 간삼파트너스 제4설계사무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작품에는 LG정유 여수 장구미
사택단지, 강남 성모병원 마스터 플랜, 한화 경주 제2콘도, 장애인 종합체육시설, 설악 한화리조트, 동해시
ANVA EXPO 전시관, 대한생명 일산사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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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December, 2008 / vol.17
  • Main theme

    Office facilities
  • Pages

    68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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