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소통하는 공간디자인
울산박물관 건축가 김미정
Q1. 울산 박물관을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려한 점은 어떤 것입니까?
A. 2009년 6월에 개관한 제주도립미술관이 다양한 현대미술의 장르를 수용할 수 있는 가변적인 전시공간과 제
주 자연과 소통하는 미술관의 공간적 틀을 제시한 프로젝트였다면 올해 6월에 개관한 울산박물관은 시립박물
관 건립에 있어서 인근 경주, 김해 역사도시의 박물관과 구별되는 울산만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함께 110만평 울산대공원 내에 건립되는 박물관으로서의 공원이 갖는 장
소적 의미를 어떻게 관람객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울산박물관은 울산의 역사문화와 함께 울산 산업발달의 역사적 의의를 더하여 건축적 형태와 전시공간에 역
사와 산업이 결합된 울산만의 색채를 담은 박물관으로 조성되어 개관초부터 울산시민들에게 긍지가 되는 친
숙한 역사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울산시민이 즐겨찾는 산책로이자 시민공원인 울산대공원
에 위치한 박물관으로서 박물관 내외부에 입체적으로 연계된 중정과, 열린마당, 대공원 산책로와 연결된 옥상
의 야외전시장을 조성하여 박물관이 시민들에게 대공원 산책로가 확장된 개념의 공원속 편안한 역사문화 산
책로로서 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Q2. 국내외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전통적으로 박물관은 그 건물이 가지는 건축적인 가치 또한 매우 중요하
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좋은 박물관 건축이란 어떤 것입니까? (좋은 박물관 건축이라고 생각되시는 사례를 보
여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A. 박물관의 진정한 가치는 그 안에 담기는 유물, 연구자, 관람객들이 가장 편안하게 머무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능적이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물에게 안전한 이동 루트, 효율적인 보존처리
시설, 경제적으로 운영 가능한 전시/수장시설과 연구원들에게 쾌적한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
인 설계요소이며, 유물이 관람객과 상호 조우하는 전시공간과 각 전시실을 연계하는 관람동선체계와 관람환
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박물관의 확산된 기능 중 교육/연구기능을 이용객들에
게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공간의 틀을 갖는 것 또한 박물관이 과거와 현대, 미래를 엮는 매개
체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하는 건축설계 요건일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장한 역사적 유물들의 진품이 주는 역사적 감동이 있는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이자 과거
와 현재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기획과 교육기회를 풍성하게 제공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관람
객과 대화하는 소통의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곳입니다. 일본의 교토인근 시가현에 위치한
미호박물관은 산정상에 위치한 박물관으로서 산속의 풍광에 건축물이 안겨있는 형상으로 박물관 내외부에 펼
쳐진 풍경으로 인해 관람객에게 몸과 마음을 한층 여유롭게 유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입니다. 또한,
최근에 경험하게 된 전주한옥마을 역시 마을로 확대된 개념의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다양한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거리로서 이용객들에게 자유롭게 거니며 전시/체험의 선택적 관람을 가능하게 하는 확장된 유형의
박물관이라고 생각됩니다.
Q3. 울산 박물관의 내부를 돌아보면 여러 종류의 전시공간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기능적으로는 다양한 전
시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동시에 감성적으로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끔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울산 박물관의 건축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미정 소장님께서 수행하시는
건축 작업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박물관 개관이후 몇 차례 전시실을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개관한 첫 해라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
어지는 점도 있겠으나 방문할 때마다 남녀노소 여러 관람객들을 빈번히 마주치게 되고 개관한지 두달여 만에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어섰다하니 설계자로서 여간 감사한게 아닙니다. 역사관을 지날때 허리가 구부정하신
어르신께서 “울산도 이렇게 역사적 유물이 많은 도시라는게 자랑스럽다”라며 뿌듯해 하시고, 산업관을 지날
때 자녀를 동반하신 장년층의 남자분이 전시된 사진을 반기시며 “내가 처음 울산에 와서 땀흘리고 일하던 곳
이 바로 저기다”라고 동반한 자녀에게 상기된 얼굴로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며 건축가가 박물관을 설계했지만
이곳에 담기는 역사와 이곳을 찾는 관람객에 의해서 박물관이 비로소 장소적 가치를 지니며 살아 숨쉬게 된다
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유독 장사가 잘되는 가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
는 건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계자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감동적인 건축형태일수도, 건축
가가 제안한 새로운 시설이용의 방식이거나 사용자 입장에서 배려된 세부 공간설계일 것입니다. 이러한 유형
의 혹은 무형의 가치를 담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즐겨찾게 될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
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운영자가 한마음으로 이 과정을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건축 작업에서 가장 중
요한 것이겠지요
Q4.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또 앞으로 우리나라의 건축에 대해서는 어떤 전망을 가지고 계신지요?
A. 1달여 전부터 한국문화를 주제로 한 전통문화공원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거리상으로나 연계할만한 문화관
광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조성되는 단지라 여러모로 고민이 되는 프로젝트지만 한번쯤 한국전통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전통건축에 녹아든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싶었던 터라 관련 책자를 뒤적이며 현대에 적
용할 수 있는 건축적 연계성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지금 하
는 프로젝트에 저와 우리팀이 고민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담고싶은 가치가 잘 구현되고 이용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단지를 설계해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이후에 제가 진행하게 될 프로젝트에서도 장기적 안
목을 수반한 프로젝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를 설계에 반영해나가며 관련인들과 상호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함께 건축을 완성해나가고 싶습니다.
건축은 아직도 제게 어렵고 때론 고된 일이지만 간삼에서 좋은 건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길이 옳고 바른 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잠시 함께 일했던 건설사 분이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덩쿨”이란 시
를 인용해서 간삼이 부조리한 건축 판도의 벽을 넘는 담쟁이 같다며 격려의 메일을 보내주신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높고 험한 담을 만나 모두들 이담은 넘을 수 없다고 포기할 때 담쟁이는 손에 손을 잡고 어느새 그
담을 훌쩍 넘어버린다고 하더군요. 경제여건과 부조리한 설계사 선정과정, 해외 설계자에 대한 선호풍속, 열
악한 설계여건 등 인정하고 싶지않은 건축계의 폐단이 난무해도 건축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간삼
은 담쟁이처럼 꿋꿋이 그 담을 넘어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미정 (주)간삼건축 설계2본부 소장
섬세함과 따뜻함으로 합리적인 디자인을 펼쳐온 김미정 소장은 전시문화시설의 전문가이다. 현재 간삼건축
설계2본부에서 건축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호텔롯데 제주, 갤러리아 팰리스, 제주도립미
술관, 서울대학교 동창회관, 울산박물관, 아쿠아플라넷 제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