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
명지대 방목학술정보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도서관 건축가 한기영
(주)간삼건축 한기영 본부장은 섬세한 감성과 합리적 이성을 겸비한 건축가로서 명지대 방목학술정보관의 설계
와 연세대 원주캠퍼스 도서관 리모델링을 담당한 문화시설 전문가입니다. 최근 도서관이 책을 열람하는 공간에
서 복합적인 학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전문가가 생각하는 도서관 건축에 대한 여러 가
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1. 명지대학교 방목학술정보관은 여느 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
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도서관은 단순히 책 전시관이 아니고, 책을 보고, 정보를 얻고, 그것을 교류하는 학생들의 행태가 주인공이
되는 곳입니다, 주인공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의도였습니다.
전공별로 전문되고 세분화된 지식들의 ‘새로운 융합’과 ‘소통’에 중심을 두고 그것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
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단과대학별로 막혀진 평면을 갖는 기존의 평면방식에서 벗어나 책은 단
과대학별로 정리하되 그것을 보는 학생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려 토론할 수 있는 평면을 계획 하였다
는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도서관이 더 이상 책의 열람과 개별 학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학생회관 또는 북
카페와 같이 학교내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고, 또 오래 머무르고 싶은 장소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잘
정리된 서가들 사이에 다양한 방식의 책상 또는 테이블, 소파, 그린 라운지 등 을 배치시켰습니다. 그러한 자연
스럽고 다양한 공간들은 중심의 아트리움공간과 그곳으로 쏟아지는 자연채광과 함께 더욱 풍요롭고 친환경적
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Q2 명지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두 곳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이 두 프로젝트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또 이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신 공간과 건축철학은 무엇인가요.
A. 명지대학교는 신축이었기 때문에 내부 공간의 자유로움뿐만 아니라 외부형태의 자유로움과 주변과의 소통
을 실현할 수 있었던 반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는 리모델링 이었기 때문에 내 외부에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
다. 두 프로젝트 모두 학술과 문화의 중심공간이 되고자하는 목표를 가지고 단순히 책이 보관되어 있고 열람실
이 늘어서 있는 기존의 도서관이 아니라 학생들이 편하게 접근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서고 교감하고 소통하는 활
발한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한편, 두 건물 모두 도서관이라는 본연의 기능과 도서관에
들어 왔을 때 지식의 보고에 들어왔다는 책에 대한 경외감이 들고자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진행한 것 은 공통점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프로젝트의 건축주 모두가 간삼건축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주셔서 좋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는 리모델링 프로젝트로서 계획할 때는 많은 제
약이 있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서 기존 건물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면에
서 리모델링의 가치를 재확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동선을 정리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고 다양하게 정
보를 다룰 수 있는 몇 군데 공간을 만들었더니 기존의 평범하고 답답하고 한정되었던 공간이 완전히 달라졌고
학생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계획초기부터 GDS와 협업으로 진행되었으며 빈번한 현장회의와 현장점검을 해주셔
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교훈삼아 다른 프로젝트 진행의 계
획 초기에 20년정도 후에 있을 리모델링을 감안하여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의미 있는 점입니다.
Q3. 개관한지 얼마 안 된 명지대학교 방목학술정보관은 벌써부터 학교 구성원들에게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평
가와 함께 기존의 도서관의 개념을 뒤집은 신선한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에 대해 건축가
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시며, 또 향후 진행될 다른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궁금합니다.
A.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새로운 지식의 탄생이 기대되는 공간이 만들어져서 매우 흐믓합니
다. 하지만 도서관의 본래의 기능인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장소성, 지식의 보고로서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간삼건축에게는 일상에서 흔하게 이용하고 있는 장소들을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
서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간삼건축의 김태집 사장님께서 큰 개
념을 제안해주셨고 그 이후 각각의 부분이 되는 공간에 대한 생각과 재료에 대한 생각들은 팀 구성원들의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들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팀원전체의 협력과 아이디어가 아름답게 결실을 맺게 된 좋은 사례
입니다. 이번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진행하게 될 다른 프로젝트들에서도 계속해서 팀원들과 함께 좋은 아
이디어들을 모아서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새삼 느낀 점은 건축
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건축주께서 효율성을 이유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중앙의 큰 아트리움공간과 공사의 난이성 및 공사비 증가를 염려하게 되는 파동치는 듯
한 곡선의 평면들, 그리고 완전히 대중화된 재료는 아니면서 도서관공간에 대규모로 거의 처음 적용 되는 U-
glass의 사용 등과 같이 다소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간삼건축의 제안과 생각을 긍정적으로 받
아들여주신 건축주의 안목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흐믓함과 만족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삼에서 진행
한 프로젝트들 중에서 좋은 결과를 낸 작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건축주께서 건축가의 의도를 인정하고 그 계획안
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였을 때 만들어진 프로젝트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의도를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신 건
축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4. 마지막으로 원론적인 질문입니다만, 최근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간삼건축의 한 축을 담당하
고 계시는 한본부장님이 건축가로서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건축은 어떤 것인가요.
A. 많은 건축가가 같은 생각을 하리라고 믿습니다만, 자신을 자랑하는 건축이기 보다는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게 하는 건축물,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은 없는 듯 하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런 건축을 해
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주변과 잘 융화되
는 건축,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요구되는 프로그램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가진 건축, 그리고 요리로
치자면 본연의 재료를 가지고 맛을 내는 샐러드나 생선회같이, 단순하고 순수한 자신의 색을 가진 건축을 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항상 환경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큰 대지를 다루
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 하는 문제로 제게 인식
되고 있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간삼건축 설계2본부를 이끌어가고 있는 한기영 본부장은
1992년 현대미술관 야외무대를 시작으로 수원과 학대학 도서관, 청주 MBC사옥,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마스터플
랜 및 콘도미니엄, 제주도립미술관, 울산박물관을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