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활병원 설계 '재능기부'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
"장애인만 편한 게 아니라, 비장애인도 편하고 서로 같이 어울려 지내도
불편함 없는 공간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간삼건축은 인천시립적십자재활병원, 성남시 장애인종합복지관 등 10여곳의 복지의료시설을 설계한 '베테랑'기
업이다. 이번에는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 설계도를 만들고 있다. 설계도가 완성되면 '재능기부'를 할 계획
이다. 금액으로 치면 3억5000만원 정도다.
이 회사 김자호 회장은 "국내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에게는 편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화장실
과 시설 칸막이 손잡이를 장애인 눈높이로 낮추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만 초점을 두니 일반인들
이 불편해서 못 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울릴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김회장이 구상하는 어린이재활병원
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아이가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도 해야한다. 부모와 동생들도 상주한
다"며 "과거에는 여관방 여러개 찍어내듯이 진료실과 입원실을 만들었지만 어린이재활병원은 '내 집' 느낌이 많
이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레베이터가 열리자마자 간호사가 앉아 있는 차가는 느낌의 데스크는 배치하지 않
을 계획이다. 복도와 복도가 만나는 부분은 부드럽게 처리하고, 오랫동안 아이가 병원에 다녀야 하는 만큼 어린
이집과 놀이공간도 충분히 만들 예정이다. 여러 아이들과 보호자가 한방을 쓰더라도 커튼으로 구획을 치는 게
아니라 사생활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김회장은 의사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도 의사였고, 4형제 중에 막내인 자신을 빼고 형 셋이 모두 의사였다. 어느
날 의사이면서 신부인 둘째 형이 "병원을 무료로 설계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얼결에 응했다. 1990년대 초반 세
워진 수녀님 병원 '전신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후 김회장은 고 김수환 추기기경에게 감사패를 받았다. 김회장
이 "저 천당표 하나 주십시오"라고 농담을 했을 때 김추기경이 "그런거 있으면 저도 한장 주십시오"라며 화답했
던 추억은 재능기부에 대한 보답이다. 김회장은 함께 일하는 오동희 사장과 여러 차례 외국의 아동병원을 둘러
봤다. 아동병원과 노인요양시설, 장애재활병원이 몰려 있는 일본 지바가 인상적이었다. 병원이 각각 나뉘어 있
지만 서로 오갈 수 있도록 중앙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여가활동으로 만든 꽃꽂이와 그림을
아동병원에 주기도 하고 아동환자들은 무용발표회를 준비해 노인들 앞에서 공연했다. 서로가 서로의 치유를 돕
도록 건축이 길을 터준 데 큰 감명을 받았다. 김회장은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지 않고 동네사람들이 환자와 스스
럼없이 어울리는 일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시설은 너무 열악했다. 병원 개보수 프로젝
트를 따내려고 한 병원에 방문했을 때였다. 성인 침대 하나에 아이 둘을 눕혀 놓고 있었다. 한 아이의 발이 다른
아이의 얼굴에 맞닿아 있었다. 부모들은 이런 병원이라도 입원실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렀다.
김회장은 회사 이름인 간삼(間三)을 강조했다. 공간 시간 인간이란 뜻이다.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이 인간을 생
각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 봄직하다.
-
Published
22 Nov, 2011 / Dong-A 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