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건축설계와 의료계획의 협력과정, 병원건축
간삼건축 CM감리본부 _ 박희경 전무
병원건축은 아픈 사람들과 그들을 돌봐줄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니만큼 쾌적하고 편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교한
기능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각각의 공간이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추후 공간 변
경이나 증축을 염두에 둔 계획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설계와 의료계획간의 보다 긴밀한 의사소통과 업
무협력이 필요하다.
최첨단 의료기기와 초대형 병원의 출현으로 병원건축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또한 최근 병원들은 환자진료의 소극
적 기능에서 벗어나 사용자 모두를 위한 생활 공간화되고 있으며, 독자적 아이덴티티를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강
화하고 있다. 간삼건축에서도 여러 의료시설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완수하였고, 또 진행 중에 있다. 그 중에서도 가천
대 길병원 암센터와 응급의료센터는 특별히 나와 인연이 깊은 건물이다. 나는 길병원의 응급료센터 신축 당시에는
시공사 현장소장으로, 암센터 증축시에는 길병원 소속 건설본부장으로 근무했다.
길병원 응급의료센터는 현장소장으로 두번째 담당했던 병원 프로젝트였다. 신축 당시에는 시공자의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병원의 Hardware 적인 요소들이 주된 관심사였고,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과제였다. 물론 이익창출은 기
본이었다. 그러나 후에 건축주인 병원 측의 건설본부장으로서 암센터 증축공사에 참여했을 때는 병원의 디자인과
Layout, 기능 및 대외적 이미지와 관련된 Software 측면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설비와 시스템들
이 기존에 병원이 보유한 모든 시스템들과 호환성을 가지고 상호 연동이 되어야 했으며 제품 선택에 있어서도 기존
병원의 제품을 고려하여 시공사와 의견조율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반면 발주자인 길병원 건설본부장의 주된 임무는 설계자와 의료진, 그리고 행정담당자 사이에서 각각의 요구사항들
을 조율하는 일이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스탭들, 즉 의사, 간호사 및 행정지원부서 등의 의견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설계면적을 최소한 두배 이상 늘려야만 될 정도였다. 그러나 어차피 한정된 면적 내에서 해결을 해야 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병원 TF팀이 있음에도 어느 정도는 해당부서의 힘에 의해 조정되는 부분이 생긴다. 여기서 운영의 묘가
필요한데, 공사지연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증가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자의 신속한 의
사결정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건설본부장으로서 의사결정 지연으로 생기는 문제점을 다른 스탭들과 공유하면
서 빠른 결정을 유도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업무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 병원의 대형화, 고급화가 진행되면서 의료계획을 짜는 업무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병원에 상
당한 수익을 가져다 주는 건강검진센터는 병원 최고경영자에게는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데 실무자들에게 최첨
단의 영상장비와 최고급 인테리어를 동시에 요구하지만 예산은 작은 편이어서 실무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
가 많다. 특히 상업시설과 같은 외래부, 호텔기능의 입원병동부, 유통시설과 같은 정확한 물류체계, 그리고 이들이
무리없이 공유되는 동선계획까지 고려한다면 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이에 반해 설계자 입장을 보면 환자에게 해를 주지 않는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환경
으로서의 의료시설을 위한 건축이 과제가 되고 있다. 건축 자체가 치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설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의 몸이 골격만을 가지고는 살아있다고 볼 수 없듯이 건축물도 기계, 전기설비 등으로 사
람 몸처럼 혈관과 신경 기능이 가미 되어야만 살아있는 건축물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병원건물은 사람의 생명을 다
루는 시설물로서 모든 의료장비, 의료시설물 하나 하나의 기능과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병원 내에서의 감염 예
방, 안전 모두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자재 선정에도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고, 단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의 동선, 24시간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의 동선, 치료를 받기에 편리한 환자들의 동선 및 신속한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병원 건축가가 특별한 시설을 통해 기능적인 해결책
을 마련하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환경 조성을 위해 병원 운영자와의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박희경 전무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전공하고 코오롱건설 상무로 근무하였다. 태백관광개발공사(O2리
조트) 부사장, 길병원 암센터 건설본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간삼건축 CM감리본부 전무로 재직 중이다. 사우디 얀부
하우징, 브라질 대사관, 한국종합무역센터, 가천대길병원 여성전문센터, 코오롱과천사옥, 서울장로회신학교,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일산레이크폴리스, 서학리조트, 길병원암센터 등의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간삼건축 CM감리본부 _ 박희경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