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1세기 우리나라 의료시설의 도전과제
한양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 이정만 교수
의료복지와 의료수출의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산업으로서 그 잠재력이 기
대되고 있다. 전 국민 의료보험수혜가 실현되고 의료환경 및 건축기술 발전의 도움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시설은 많
은 변화와 성취를 이루었다. 국민의료의 70% 이상을 민간의료가 담당하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병원들은
경쟁력을 위해 시설 확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외래환자를 위한 공간을 확장하고 특화진료센터 설치를 통해 진
료기능 고급화 경쟁을 하였으며, 앞서가는 민간의료 시설을 따라가기 위한 공공의료시설의 노력으로 의료복지시대
를 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설은 일본을 통해 도입된 유럽식 병원과 미국의료시설들의 진료시스템 및 수익구조를 모델로 형
성된 의료제도와 개별 병원들의 독자적 운영방식간의 조율을 통해서 독특한 진료방식과 환자편의, 운영효율을 추구
하며 한국형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여기에 디자인 가치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환자편의를 위한 노력이 추가되
며 첨단의료장비의 활용을 위한 진료환경이 확장되어 오늘의 병원모습이 만들어졌다.
급속한 고령화와 웰빙트렌드로 인해 국내외 의료 및 연관산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설
은 중요한 수출 종목이 되었고 개도국에 대한 국제원조 품목이며 의료관광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이 되었
다. 대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중국 병원들의 시설 고급화에 대응하고 동남아시아와 중근동지역 등 의료시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기반 확대에 대처하는 한국형 의료복지시설의 경쟁력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제안한다.
첫째, 의료시설 내외부의 환자이송 방식 첨단화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한 공간적 제약의 극복이다.
공간을 초월하는 진료시스템의 개발은 모두의 꿈이다. 이는 숙련된 의료기술뿐 아니라 네트워크와 모니터링, 자동
화 및 공간모델링기술 등의 뒷받침과 연관 산업의 융합을 통해서 가능하다. IT와 첨단운송기술, 전자공학의 잠재력
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시설이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이다.
둘째, 도심 속 병원의 정서적 환경의 고품격화이다.
주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영역으로 디자
인과 공간구성, 인공환경 조성기술, 심리학과 행태연구의 집약적 노력에 의해서 도시형 치유환경 조성이 이루어져
야 한다. 우선적으로 선진국 수준의 입원환자 생활환경 개선이 요구되며 국민복지와 의료시설 수출을 위해서도 입원
시설 공간환경 컨텐츠의 고급화가 절실하다.
셋째, 일상생활과 연결되는 건강의료복지시설의 구축이다.
건강유지환경과 첨단의학의 검사진료시설이 주생활의 일부로 계획되고 의료진이 이웃이 되며 의료복지가 생활 속
에 자리잡는 건강 주거공동체의 설계가 필요하다. 공동 주거단지 계획과 아파트 공간설계가 의료복지 네트워크와
연계되어 건강하고 유쾌한 한국형 K-life의 모습을 실현하고 주거시설 계획과 병행된 놀라운 건강도시를 건설한다.
끝으로, 에너지 절감 및 클린 환경의 조성이다.
저비용의 위생적이고 건강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개방적 공간구조, 자연광 도입과 습도조절방식 확보, 먼지와 부유
물질을 제거한 깨끗한 공기, 녹색생태 환경, 청결유지방법을 고려한 건축재료 선택 및 시공, 폐기물과 오염물 처리
방식의 개선을 기대하며 청결하고 건강한 병원환경의 조성이 의료경쟁력을 위한 우선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진과 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활발한 국제교류와 의료시장 확대라는 글로벌
호기도 맞이하였다. 의료복지와 의료시설수출의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시설경쟁
을 넘어서 환경 컨텐츠의 품격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삶과 건강의 과제를 한국적으로 해결한 하이컨텐츠 의료시
설인 동시에 지역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 복지기능을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자랑스러운 병원들이 많이 지
어지기를 기대한다.
한양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 _ 이정만 교수
이정만 교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대에서 건축설계학 석사, 펜실베니아대에서 건축
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미국건축사, 한국건축사이며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료복지시설학회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세계건축연맹공공의료시설 한국대표위원, 국제병원
엔지니어링협회 집행이사이다. 필라델피아 Hahnemann 의과대학병원, 캠든 Cooper 의료센터, 사우디왕립의료단
지, 서울아산병원, 한양대학교 서울병원 특수진료센터,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마스터플랜,
부산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 외래진료센터 및 마스터플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마스터플랜 등 많은 의료시설을 설
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