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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콘서트홀의 음향 조건

이동훈 (주)사람과 문화 대표이사

다목적홀이 아닌 음악전용홀이 국내에 처음으로 지어진 것은 1988년 2월 개관한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이다.
그 이후에 일산과 성남시 등 국내 여러 곳에 음악을 위한 공연장이 많이 건립되었으며 금번에 개관된 통영의 통
영국제음악당도 이와 같은 장르의 건축물이다.

음악당은 말 그대로 음악을 담는 공간이다. 그래서 음악당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리이다. 많은 사람들이
음향을 건축과 분리하여 생각하고는 한다. 즉, 음향하면 스피커나 전자장비를 떠올리고는 하는데 이는 건축음향
에 대한 일반인의 대표적인 오류라고 할 것이다. 건축음향은 소리를 매개로 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영역이다. 콘
서트홀이나 오페라극장은 물론이고 학교교실, 대학 강의실, 교회, 회의장, 집회시설, 방송국 스튜디오와 심지어
개인집의 작은 음악감상실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매우 다양하고 넓다. 즉,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소리를 통
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의 음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공간의 모양 shape, 크기 size, 비례 proportion, 재료 material와 마감표면의
상태 surface condition 이다. 한데 이 모든 요소가 대부분 건축가가 설계단계에서 결정하게 된다. 즉, 건축음향
의 실질적인 주체는 건축가인 것이다. 이 점이 실내음향이 별도의 음향학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건축 그 자체로
인식되어야 할 이유인 것이다.

현대건축음향학은 1900년 Havard 대학의 Sabine 교수의 실험으로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기 까지 학문적으로
나 실용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왔다. 특히, 물리학을 근간으로 하는 음향학과 컴퓨터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서 건축공간의 모델링과 수치해석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 등이 개발되어서 오늘날에는 매우 과학적이고 디
테일한 음향설계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음악당의 설계와 건립은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어서 전세계 곳곳
에서 성공과 실패의 소식들이 함께 들려오고 있다. 그 이유는 음향이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
다. 마치 신라의 장인들이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하여 종을 수도 없이 만든 뒤에 마침내 770년에 성덕대왕신종을 제
작한 것과 같은 이유이다. 현대 건축음향학이 성립되기 이전인 1870년에 개관한 비엔나의 뮤지크페라인 홀이 현
재까지 서양음악을 위한 최고의 음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한 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따뜻하게 들리는 소리가 어떤 사람에게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
는 것도 마땅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공연장들이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창조되고 있다. 전통적인 장
방형의 Shoebox 형태의 콘서트홀을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스페인의 Tenerife 오
페라하우스나 노먼 포스터가 영국 New Castle에 설계한 Sage Gateshead등과 같이 기존의 공연장의 틀과 형식
을 벗어난 파격적인 음악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금속과 유리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공연장 내부에 사용
하지 않은 새로운 재료의 적용과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가변적인 레이아웃 등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꼭 주지하여야 할 것은 이러한 모든 시도는 먼저 건축가가 공연장과 음향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좋은 콘서트홀을 만드는 것... 그것은 공연장에 대한 이해를 넘어선 깊은 애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콘서트홀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짓는데 필요한 여러 전문가의 협업을 수용하는 이해에서 출발한다. 콘서
트홀은 음악이라는 특별한 예술장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도시의 문화수준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적인 성격
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인이 부러워 할 좋은 음향을 가진 새로운 트렌드의 공연장들이 많이 생겨나
서 문화강국의 대한민국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이동훈 ㈜사람과 문화 대표이사

예술경영 석사와 예술전문사를 취득하고 건축음향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사람과 문화 대표이사로 재직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감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복구 컨설팅 책임 컨설턴트, 서울시 노들섬 공
연장 부분 설계 총괄, 블루스퀘어 책임컨설턴트 등을 담당하면서 공연장 설계와 감리 및 공사총괄과 프로젝트 매
니지먼트, 공연장 시설 개선 및 공사비 검토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했다. 통영국제음악당 프로젝트에서는 책임감
리 총괄 컨설턴트로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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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March, 2014 / vol.37
  • Main theme

    Culture & Meeting fac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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