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트윈스의 도약을 꿈꾼다
허구연 야구해설위원
’14 월드시리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3패로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물리치고 2년 만에 챔피언을 되찾았다.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AT&T파크에서 펼쳐졌던 3~5차전 현장 중계를 하면서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진 뛰어난 공간활용, 완벽한 기능성의 조화를 보여준 야구장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팬들의 열광적인 모습에 다시 한번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필자가 방송 및 언론에서 계속
인프라 개선을 주장해왔던 이유는 인프라 구축여부에 따라 팀 성적과 구단운영, 수익 등 프로스포츠의
모든 것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4년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필자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다저스 캠프장과 메이저리그 캠프장들을 순회하면서 당시 우리나라의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구덕구장 등
과 비교해보니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필자는 국내도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고 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좋은 구단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방송을 통해 줄기차게
제대로 된 야구장과 훈련장의 중요성을 주장해왔다. 이제는 구단들과 팬들도 왜 그렇게 강조해 왔는지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자질을 갖춘 신인선수를 데려와 팜 시스템 Farm System 을 통해
잘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의 경우 삼성 경산볼파크 1996년 , 두산 베어스파크 2005년,
롯데 상동구장 2007년 의 2군 야구장 효과는 타구단보다 한발 앞섰음을 부인할 수 없다. 늦었지만
최근 최신식 2군 구장을 건립한 LG, 두산, 한화의 향후 행보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LG는 90년과 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긴 암흑기를 거쳐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까지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그런 LG 야구는 2014년이 재도약의 원년이라고 본다. 미국, 일본의 많은
연습구장을 봐 온 필자지만 금년 준공된 이천 챔피언스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연습장을 비롯하여
최신식 설계와 시설로 세계 정상급 수준의 팜 시스템 야구장이다. LG는 챔피언스파크 건설에 3년이 넘는 준비기
간과 1,200억원을 들였다. 1군도 아닌 2군 훈련장 건립에 이 정도의 준비와 자금이 투자되었다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구단의 미래를 밝게 하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본다.
두산도 금년에 새로이 이천의 두산 베어스파크 구장이 준공되면서 또 한번 화수분야구의 레벨 업을 선언했다. 선
수들이 자기주도 훈련을 유도하는 공간과 스스로 찾아 들어가고 싶은 공간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쿠아 치료실까지 겸비하여 종전의 구장과 차별화를 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구장 건설은
두산이 팜 시스템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최근 탈꼴찌가 목표가 되어버린 한화 이글스는 2군 구장 미비로 가장 큰 손해를 본 팀이다.
변변한 2군 구장이 없던 한화는 2013년 한화이글스 서산 2군 전용연습장을 준공하면서 드디어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퓨처스 경기 2군 가 시작되는 시간의 일사를 고려한 방향배치와
실내 연습장을 중심으로 조망과 채광을 고려한 클럽하우스의 남측 배치 등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한화 역시 2015년을 기점으로 강팀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최근 2년 동안 준공된 3구단 훈련장의 특색은 종전의 2군 훈련장과 다른 컨셉 도입과 선수편의,
훈련 환경개선 등 선진화된 설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건설 관계자나 국가기관, 지자체 장들을 만날 때마다 신축 야구장에 대해 강조하는 말이 있다.
현대의 야구장은 팬들과의 소통이 가미된 1군 구장과 효율적인 2군 구장을 전문성 있게 조율해야 하며
그러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전문화된 수준 높은 설계라고……
필자는 그동안 잘못 설계된 기존 야구장의 문제점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원고를 쓴 오늘 오전에도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 안전공단이 주관한 건강한 기반시설 만들기 포럼 마지막 모임에서
필자의 스포츠•예술•문화 시설에 있어 설계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에 의외로 많은 건설 전문가들의
큰 반응에 나 스스로 놀랐다.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면 건축은 설계 놀음이 아닐까?
허구연 야구해설위원
고려대학교 법학석사. 명예언론학 박사(순천향대학). 1976년 일본 올스타와 경기에서 다리 부상 으로 4회 수술
후 은퇴.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문화방송 야구 해설. 1985년 최연소감독(34세 청보 핀토스). 롯데 자이언츠
수석 코치. 1990년 미국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 코치. 다수의 공로상, 특별상, 레전드상 등을 수상. 현재
MBC, MBC SPORTS+ 해설위원. 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