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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대감이 충만한 공간, SIMA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SIMA 전시감독 전승보

 

 

큐레이터들에게 ‘잘 지은 미술관 건물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전시 공간의 가변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박스형의 공간을 선택할 것이다. 필자 역시 다르지 않다. 큐레이터 눈에는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도 전시가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프랭크 게리의 미네소타 주립대 미술관을 처음 만났을 때(1994년), 외관에서 받은 감명이 실내의 전시 공간과 동선의 불편함으로 상쇄된 기억이 있다. 그 후 10년이 지나지 않아 빌바오 구겐하임을 찾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효율적인 이동과 전시 공간의 자유로운 변형이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다. 건축가의 미적 추구와 큐레이터의 실용성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종래의 일반적 생각에서 본다면 전도된 셈이다. 오래전 작은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의 설계를 건축가와 함께 진행하면서 갈등했던 경험은 나에게 이런 생각을 종종 되살리게 한다. 하지만 갈등이 있을수록 그 결과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마 서로 양보할 수 없었던 고집들이 점차 대화를 거치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장점을 끄집어내게 된 것이리라. 

 

미술관은 작품이 돋보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것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퐁피두센터 앞의 브랑쿠지 스튜디오를 방문해보면 작품을 보기 위한 공간의 특정성이 무엇인지를 잘 알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볼 지점은 ‘왜 작품이 돋보여야 하는가?’이다. 결론은 관람객, 즉 사람을 위한 것이다. 작품의 가치가 그것 자체로(본질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호와 취향이 변해가면서, 가치 또한 그 맥락을 따라 형성되어진다. ‘역사적’이라 불리는 ‘사료적’ 가치도 마찬가지다. 전시 공간 환경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집중이라는 것도 사실은 관람객이라는 적용 상대를 잃어버릴 수 없는 ‘상대성의 영역’이다. 그래서 미술관을 사용하는 사람들인 ‘관람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미술관이 잘 지은 미술관일 것이다.

 

건축물의 쓰임새는 공간 운영을 기획하는 미술관의 몫이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미술관 또한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미술관의 명성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술관의 기획이 이제 더 이상 전시회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게 되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어린이, 노인, 장애인, 그 누구든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와서 원하는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운영과 함께, 아무리 미술관을 자주 찾아오더라도 매력을 줄 수 있는 공간적 특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경사 구획이다. 건물의 내외부가 반듯하게 정연된 공간이 아니라 어디서나 ‘삐딱하게’ 보인다. 심지어 가장 큰 전시실의 한쪽 벽면도 그렇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 예측불허의 공간적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감만큼의 무게로 기획자들은 숙제를 받은 기분이 될 것이다. 끊임없이 공간에 대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관람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이런 느낌은 작은 전시홀을 지나 라이브러리에서, 또 옥상을 올라가는 복도 등 미술관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공간을 넘어갈 때마다 다음의 공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축 설계는 무엇보다 미술관의 공간적 매력이 되었다. 기획자들로 하여금 전시장 공간을 색다르게 접근하게 만들고, 관람객들에게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건축이 바로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이다. 

 

 

 

 

SIMA 전시감독  전승보
필자는 세종대 회화과와 런던대 대학원 (골드스미스 칼리지) 큐레이터학과를 졸업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아르코미술관 수석큐레이터, 부산 비엔날레와 세종문화회관 전시감독 등을 지냈으며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각종 미술전시회를 기획해왔다. 현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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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May, 2016 / vol.42
  • Main theme

    Culture Facilities
  • Pages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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