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대 제17대 총장 정갑영
Interviewer_홍보팀 Date_2015.11.27
연세대 창학 130 주년과 맞물려 <백양로 재창조> 사업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희가 말하는 제1 창학은 연세대학교 창립이고, 제2 창학은 1957년 연희학교와 세브란스의 합병이며, 이번에 송도캠퍼스를 오픈하면서 제3의 창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명문으로의 도약을 위하여 5가지 부문의 목표를 정립했고, ‘캠퍼스 인프라 선진화’를 위한 대표 프로젝트가 바로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입니다. 백양로는 15~20년 동안 계속 논의해 오던 오래된 현안이었는데, 제가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백양로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차량 통행량이 늘면서 사고 위험 증가, 캠퍼스의 분리 등의 여러가지 문제로 변화가 요구되었습니다. 따라서 차량을 없애고 문화시설도 넣어 모든 사람들이 융합되는 공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동문에게 백양로는 학교의 상징이자 학창시절의 낭만을 대표하는 것이지만 백양로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원래는 오솔길이었지만 산업화, 근대화를 지나 백양로는 2015년 제3 창학을 맞이하여 문화, 지성, 감성이 살아있는 캠퍼스 공간으로 조성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총장 임기 내에 학교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부터 시작하여 완성을 시킨다는 것이 힘든 일인데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이것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마음이 가볍고 기쁩니다. 지금 연세대학교가 사용하고 있는 ‘Where we make history’라는 슬로건과 같이 새로운 히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것은 연세대학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학 캠퍼스 역사를 새로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대학 역사상 가장 많은 기부자들이 참여하여 진행한 프로젝트로 전체 동문 중 10%가 기부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1000억이 넘는 공사를 등록금이 아닌 2만2천여 동문들과 30여개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이루어냈고, 지하에 대한 선입관을 깨고 밝은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백양로 프로젝트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많았을 텐데 이를 어떻게 수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교 일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든지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많기 마련입니다. 백양로 재창조 사업 역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 프로젝트처럼 많은 검증 과정을 거치고, 시공 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변경해 나간 건설 프로젝트는 무척이나 드문 경우입니다. 제가 총장 선거 당시 인준 과정에서 전체 교수 중 82%가 투표하여 87%의 찬성을 받았고, 이 백양로 프로젝트가 제 취임 공약 중 첫번째 혹은 두번째에 들어가는 안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실시했던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70% 후반대의 찬성표가 있었지만 공청회와 착공을 거친 후 두 달여간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제가 가지고 있었던 원칙은 이견이 있다면 그것을 듣고 합당한 의견은 반영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견이 있을 때마다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계속 천명했습니다. 좋은 대안이 있다면 대처하고자 했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자 했습니다. 학생회의 경우, 학생들의 공간과 안전 문제 등 좋은 의견들을 제시해 실제로 공사에 적극 반영되었습니다. 우리 대학에 많은 건물들이 있지만 백양로처럼 수많은 토론과 자문을 통해 철저히 검증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백양로 프로젝트 완공 후 캠퍼스가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백양로가 완공된 후 학교 안에 큰 정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모든 건물이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연세의료원 분들도 이전과는 달리 캠퍼스 내로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점심식사 후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합니다. 색채감도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사실 그동안 소리없이 신촌캠퍼스의 Color code를 맞춰나가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원주캠퍼스는 이미 캠퍼스의 컬러 코드가 맞추어졌는데, 신촌캠퍼스도 중앙도서관을 기준으로 이번 공사기간 동안 공과대학, 이과대학, 경영대학, 음악대학 등의 외벽 컬러를 맞추어 전체 캠퍼스의 코드를 통일했습니다. 백양로 봉헌식에 맞추어 전체 캠퍼스의 재정비를 준비하여 완성한 것입니다.
새로워진 캠퍼스에서 총장님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백양로의 곳곳이 다 애착이 가지만 미스트 분수는 특히 학생들이 많이 찾고 분위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계기로 동문들이 한 데 모이게 되어 공동체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아쉬운 부분보다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포스트 백양로 사업입니다. 백양로의 기본 사업은 끝났지만 건물마다아직 남아있는 주차장을 없애고 녹지를 늘리고자 합니다. 일종의 친환경 녹지 문화 공간을 확장하는 작업이 2단계로 남아있습니다. 또 하나 생각하고 있는 것은 차량이 지상으로 나오는 구간을 터널을 뚫어 통행하게 하는 것인데,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 건축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특별히 백양로는 별도로 사업단을 만들어서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최초의 건설 사업이었습니다. 제가 공사하면서 백양로를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공사 현장을 보면서 건축이 과학적인 분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학교라는 건축주가 어찌 보면 까다롭고 어려웠을지도 모르는데 프로젝트를 잘 진행해주셔서 간삼건축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학교라는 특성이 건축가나 조경가들에겐 어려웠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가지 의견을 취합하기에도 힘들었고, 학생을 비롯한 많은 사용자의 행태에 맞는 동선을 짜기에도 애로사항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밀하게 신경 써 주시고 의견을 잘 반영해 주셨습니다.
정갑영
연세대학교 제17대2012.02∼2016.01 총장 정갑영 교수는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하여 동서문제연구원장, 정보대학원장, 교무처장, 원주캠퍼스 부총장을 역임하였다. 정부 통신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위원장, 감사원 혁신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석좌 연구위원, 동북아경제학회회장, 산업조직학회장, 비교경제학회장을 역임했다. 영국 루트리지Routledge에서 출판하고 있는 국제적인 SSCI 등재 저널인 글로벌 이코노믹 리뷰 Global Economic Review의 에디터를 맡고 있으며, 1993년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2007년 시장경제대상, 2011년 다산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산업조직 , 산업조직론 , 열보다 더 큰 아홉 , 나무 뒤에 숨은 사람 , 만화로 읽는 알콩달콩 경제학 (전3권), 카론의 동전 한 닢 , 명화 경제 토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