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백양단상 (白楊短想)
연세 총동문회 부회장 차인태
『 국수는 온순하다.
국수는 온순하고, 가지런해서
국수 먹는 저녁이 온순하고,
빗소리를 듣는 귀가 가지런하다.
국숫가락 앞에 놓인 순하고 가지런한 눈썹들,
눈썹처럼 돋는 웃음이 따뜻하고
면발같이 말들이 졸깃해 목구멍이 뜨끈해 오는 저녁,
둥근 그릇에 담긴 식구들이 서로를 휘휘 젓는다 』
-허영둘 시인 ‘국수 먹는 저녁’
위의 시(詩)처럼 백양로는 온순하고 가지런하게 Campus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순하고 가지런함 속에 연세인들의 웃음이 따뜻하고, 모든 식구들이 서로를 휘휘 젓는 공동의 광장이 될 것이다.
옛 백양로가 있던 때에 매년 5월이 되면 Home Coming 행사가 열렸던 것을 기억한다.졸업 25주년이 되는 선배 동문과 50주년이 되는 원로 동문을 초청하는 개교 축제의 한 Program으로 아직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는 연세(延世)다운 행사이다.
60년대 초 그 선배님들을 위해 대강당에서 축하 합창을 불렀던 내가 이제 곧 졸업 50주년이 된다니 그 감회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요? 대학 졸업 25주년도 정말 대단한 일이거늘 하물며 50년만에 건강하게 교정을 밟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 동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신촌 로타리를 한 바퀴 휘돌아 기적 소리도 창연한 굴다리를 거쳐 두 팔 벌리고 계신 언더우드 할아버지 동상 앞까지. 곧게 뻗은 백양로(白楊路)를 걸을 상상만 해도 나 스스로 대견하고 퍽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00년이 넘는 한국 현대사를 묵묵히 안고 있는 연세 백양로! 우뚝 솟은 독수리 상(像)의 날개처럼 원주 매지리 Campus와 인천 송도 College를 아우르는 자랑스런 모교(母校) 연세(延世)가 백양로 Project를 계기로 세계를 향해 비상(飛翔)하며 울울창창하기 바란다.
Campus 전체를 사통팔달로 뻗은 널찍한 지하 주차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세계적인 금호 Art Hall-Yonsei에서의 멋진 연주를 한껏 기대해도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