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제철 남자양궁단
Interviewer_김태완,정진선 Date_2016.10.26
건축가 김태완: 안녕하세요. 먼저 리우올림픽에서 남자양궁 2관왕에 오른 구본찬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축하합니다. 시설이 준공된지 석달 정도 됐는데요. 짧은 기간이지만 실제로 이용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건축가로서 가장 중점을 둔 컨셉트는 종목의 특성을 건물에 반영하고자 한 점입니다. 활을 연상케 하는 steel소재의 유선형 지붕과 내부 shape을 통해 “활의 세상에서 활을 쏴라”는 의미를 담았고, 내부에 나무를 적절히 사용해 재료의 차이를 주었습니다. 중정을 사이에 두어 휴식과 훈련공간을 나누었으며 시설 중 동계사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설계에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장영술 감독: 말씀하신 Concept대로 잘 지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중정을 중심으로 오픈된 공간은 감독과 코치 입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중정 덕분에 불을 켜지 않아도 내부가 항상 밝습니다. 밝은 내부는 마음에 안정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지요. 예전에 비해 tea time을 자주 갖는 등 여유가 생겼습니다. 100% 만족합니다.
구본찬 선수: 설명을 듣고 다시 둘러보니 건축가의 세심함이 느껴집니다. 이 정도 수준의 양궁장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습니다. 일찍 훈련장에 나올 정도에요~
오진혁 선수: 구본찬 선수 말처럼 태릉선수촌 등 여러 훈련소에서 훈련을 해보았지만 환경은 현대제철 남자 양궁장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투명 유리로 내부가 시원하게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장영술 감독: 동선도 마음에 듭니다. 저는 출근할 때 항상 역사관을 지나가는데, 각종 메달과 우승기, 선수 사진을 보면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저를 비롯한 코치, 선수들에게 무언의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건축가 김태완: ‘중정’을 마음에 들어 하는 분들이 많군요. 부연해 설명하자면 원래는 삼각형 공간에 조경이 남쪽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및 도로의 차들 때문에 뒤편을 막고 중정을 가운데로 밀어 배치하는 안으로 최종 선택했었지요. 사대에 필요한 깊이가 40m로 내부가 너무 어두울 수 있는데 중정이 자연적인 라이트박스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안이 채택된 것 같습니다.
한승훈 코치: 중정은 야간에 보면 조명에 따라 분위기가 또 다릅니다. 시간대와 조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 훈련장에 오래 머무르고 싶게 합니다.
홍보팀: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여자 양궁단이 방문하는 모습을 봤는데요. 반응이 어떻던가요?
구본찬 선수: 기보배, 장혜진 등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훈련장을 방문했었는데 다들 깜짝 놀랬습니다. ‘우리 양궁장입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고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장영술 감독: 최근에 지도자 자격 연수를 이곳에서 진행했는데 면접과 실기를 무사히 치뤘고 방문자들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한승훈 코치: 벌써 ‘오진혁, 구본찬 선수가 훈련하는 곳이 잘되어 있더라’고 소문이 나 국내의 많은 선수들이 방문 의사를 밝혔습니다. 내달에는 일본 선수들이 이곳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건축가 김태완: 시설에 만족한다니 저로서는 감사합니다. 제 입장에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홍보관인데요, 정해진 비용 때문에 무산되었었죠. 두 명(오진혁 런던올림픽, 구본찬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올림픽 영웅을 배출한 팀인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햇빛은 잘 들어오나요.
오진혁 선수: 오전은 물론 오후 4시까지 빛이 잘 들어옵니다.
홍보팀: 훈련할 때 눈이 부시진 않나요?
오진혁 선수: 실제 경기할 때 빛 속에서 쏘기 때문에 경기장과 비슷한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은 오히려 잘됐다고 이야기합니다.
건축가 김태완: 훈련 조명은 어떤가요? 룩스만 계산해서 적용했는데, 어둡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오진혁 선수: 조준하면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사대 조명은 훈련하기에 좋습니다.
장영술 감독: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게 느껴졌습니다. 선수들 락카에 이름을 붙여 주셨는데 선수들에 대한 좋은 배려라 생각합니다.
건축가 김태완: 제가 LG챔피언스파크를 설계할 때 비록 2군 구장이지만 본인 락커에 이름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것 하나하나가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양궁장 락커에도 적용했습니다.
장영술 감독: 맞습니다. 내 이름이 써진 락커가 있으면 마인드부터 달라지거든요.
건축가 김태완: 실내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는지 궁금합니다. 추가로 보완할 방법이 생길 수 있으니 겨울을 지내보고 알려주세요. 실내온도는 높은 천정만큼 깊이 도달하게 세게 조절해주셔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동계사대 창문사이즈는 괜찮나요?
장영술 감독: 시공 전에 충분히 협의를 거친 부분이어서 만족스럽습니다. 겨울에 창문만 열고 실내에서 활을 쏠 수 있으니 4계절 내내 훈련하기 좋습니다. 제가 감독을 하는 동안 훈련시설을 새롭게 짓게 되었을 때 건축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선수들을 위해 잘 지어놓고 나가야 된다는 사명감으로 훈련에 최적의 공간을 기본으로 하되 카페 같은 양궁훈련장을 지어달라고 김태완 이사님께 의견을 많이 피력했었죠. 결과적으로 노력을 한 보람이 있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상의 건축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 김태완: 스포츠 시설을 설계하다 보면 설계 당시 감독과 사용할 시점의 감독이 다른 때가있는데, 책임감의 깊이가 다른 경우도 자주 봅니다. 선수들을 생각하는 감독님의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습니다.
장영술 감독: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출퇴근할 때 저는 일부러 ‘역사관’을 통과합니다. 입구에 전시된 런던올림픽 오진혁 선수의 활을 보면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잘 지어진 건물이 나중에는 사회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현대제철 남자양궁단은 봉사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향후 인천지역 아이들에게 훈련시설을 개방해 아이들이 양궁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꿈을 키운 아이들이 양궁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따는 꿈도 그려봅니다. 아이들이 오면 2012년, 2016년에 금메달을 딴 훈련장이라 설명하고 꿈을 심어주고 싶어요.
건축가 김태완: 건축물이 예쁘다는 말보다 이 건축물이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어 아이들과 선수들이 교류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으면 건축가로서 더 보람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이번 프로젝트는 유사한 건축물 중 가장 작은 규모였지만 가장 재미가 있었습니다.
구본찬 선수: 예전 훈련장과 비교하면 너무나 훌륭해요. 오래는 아니었지만 좋은 환경으로 바뀌어서 금메달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좋은 건물을 짓게 해준 현대제철과 감독님, 건축가분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훈련을 시작한 오진혁, 구본찬 선수
현대제철 남자양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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