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법인사무처 보건정책실장 이경상 신부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라고 했어요. 오늘날까지 인문학적 체계가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도 ‘시간’ 때문입니다. 은평성모병원은 ‘오늘’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바로 오늘 당신의 행복을 되찾아 준다’, ‘오늘 당신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복하게 한다’라는 색다른 고객 체험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현대 의학이 질병의 치료에서 나아가 전인적인 치유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치유에서 영성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람의 영혼과 육신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사람이 병에 걸리면 육체적인 질병 치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정신적 치유도 그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죠. 이 지점에서 영성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거대 진리 체계를 말씀하신 적이 거의 없습니다. 거대 진리 체계 속에서는 자칫 구체적인 인물들의 가치와 존엄성이 소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치유 행위는 그 사람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습니다. 종교와 사회적 신분,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구체적인 사랑을 베푸신 것을 본받아서 이어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가톨릭에 있어서 병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국 가톨릭교회가 과거 박해를 받는 과정에서도 시약 사업 등을 통해 병자들에게 구호 손길을 베풀었고, 어려웠던 시기에도 병원을 설립해 구호의 손길을 확대했던 이유는 치유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의료기관은 육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사회적, 영적 차원까지 포함하는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곳이기도 하죠. 궁극적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그리스도 사랑의 실천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은평성모병원에 대해 얘기해 보죠. 가톨릭 의료법인은 전국 주요 도시에 8개의 부속병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중 은평성모병원이 갖는 위상은 무엇인가요?
1936년 한국가톨릭교회의 첫 병원이자 저희 기관의 첫 의료기관인 성모병원 (現 여의도성모병원)을 시작으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8개의 의료기관이라는 국내 최대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80여 년의 세월 동안 2009년 서울성모병원의 개원은 가톨릭 의료기관의 첫 번째 도약이었고, 은평성모병원의 개원은 두 번째 도약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은평성모병원의 개원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 5개의 직할병원은 각각 포지션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성모병원과 부천성모병원은 해당 지역의 대표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했고, 여의도성모병원은 한국 가톨릭 의료기관의 시초로서, 영성병원으로서 그 위상을 가지며, 서울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은 서울의 양대 축으로 전국구 병원을 지향함과 동시에 CMC내 대북 의료의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은평성모병원도 여느 성모병원과 마찬가지로 공공성이 두드러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가톨릭 의료법인 산하 8개 병원을 운영하면서 차상위 계층에 지원하는 사회복지 비용이 연간 150억 원 정도 됩니다. 비용을 직접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복지 개념의 병원을 따로 만들면 아무래도 진료의 질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생기므로 대학병원 급의 진료를 차상위 계층도 똑같이 받게 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죠. 이분들을 사회사업 팀에서 추천하는데 어떤 분들인지 의료진은 알 수가 없습니다. 대내외 여건상 경영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의료 복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잉 진료를 하지 않으며 상식적인 것들을 기본적으로 지키려고 애씁니다.
첨단 의료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얼핏 공공성과는 대비되는 느낌도 드는데요.
가톨릭 교회가 의료기관을 설립한 이유가 예수님의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을 따라하기 위한 것입니다. 참고로 예수님은 의료 사고를 낸 적이 없어요.(웃음) 그 길을 따라 가려면 최고의 의술과 첨단 장비를 갖추는 일에 소홀하면 안되죠. 그래서 최고의 의료진을 구성하고 첨단 의학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이죠.
은평성모병원이 ‘오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라고 했어요. 오늘날까지 인문학적 체계가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도 ‘시간’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바로 오늘 당신의 행복을 되찾아 준다’, ‘오늘 당신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복하게 한다’라는 색다른 고객 체험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상당히 많은 병원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데 우리는 그 길을 택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줄 수 있을까를 심사숙고합니다. 이를테면 ‘지방에서 온 환자가 오늘 하루에 모든 기본 진료와 검사를 끝내고 귀가할 수 있게 한다’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식이죠.
은평성모병원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면서 보람된 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은평구의 한 지역에 첫 삽을 뜨고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땅에 터파기가 시작되고 골조가 세워지는 등 건축물이 그 모습을 달리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공을 맡았던 현대건설 직원들, 설계를 담당했던 간삼 직원들, 선진화된 건물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기꺼이 노력했던 교직원 한 분 한 분의 정성과 수고가 모여서 이루어진 은평성모병원, 그 자체가 보람이 아닐까 합니다.
지역 주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은평성모병원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이었던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병원’을 건립하고자 하는 가톨릭 의료기관의 사명과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지금의 ‘좋은’ 은평성모병원을 건립하게 된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나은 진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며 은평성모병원을 만난 ‘오늘’, 새롭고 더 나은 일상을 찾고 질병을 치료하고 있는 힘든 순간에도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항상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은평성모병원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지역 사회, 소중한 은평성모병원, 함께 소중한 은평가족이 되기를 희망하며 병원에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과 지역 주민 여러분 모두에게 은총과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도 드립니다.
이 경 상 신부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법인사무처 보건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