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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olumn]연세대 백양로 재창조 외부공간 연출기법에 대한 고찰_윤영준
등록일 2015-10-19 17:24:44 조회수 1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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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Road, Great Way


연세대 백양로 재창조 외부공간 연출기법에 대한 G.scape의 고찰

윤영준 이사  ㅣ  G.scape

 

기억의 연속성

‘캠퍼스 외부공간 디자인에 있어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용자가 겪는 경험을 통한 기억의 연속성이다. 그 이유는 구성원의 대다수가 일정기간을 지내고 떠날 수 밖에 없는 특수한 공간이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낭만적이고, 기억하고 싶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130년을 걸어온 캠퍼스 외부공간의 재창조이며, 누군가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장소성의 소멸이 아닌 연속을 내비쳐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시작되었다. 우리는 재창조된 백양로를 통해 그 기억자들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 공간을 환원하고, 다시금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이어갈 장소를 선사하려 한다.

‘Initiatives the new way’

2015년 10월 창립 130주년을 맞아 연세대학교의 제 3창학의 기틀이 될 백양로가 재탄생하였다. 2012년 3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여느 프로젝트 못지 않을 정도로 오랜 의사결정의 단계를 통해 신중하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 182회의 본부회의, 264여 회의 공정회의, 273여 회의 자문회의와 발표회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절차를 거쳐 완성되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550m의 백양로를 중심으로 지상면적 64,621㎡, 지하공간 58,742㎡의 규모이며, 공사기간 26개월의 대장정 중 주요공정마다 설계자가 함께 현장에 상주하며, 발주처, 시공사, 감리단과 함께 긴밀하게 소통하며 이룩한 대 역사이다.

백양로 전경


‘Spread historical wings and Swing the pride’

지상부의 조경영역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구간은 중앙도서관 전면에 자리잡은 제1대 총장 백낙준 동상에서 정문까지 이어지는 상징축의 공간들이다. 폭 3미터의 동선을 따라 민주광장-독수리상-동문광장-상징광장-9인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본 사업을 통해 주 동선인 백양로 만큼의 상징성을 부여 받았다. 높이 20미터에 자리한 독수리상의 역동적인 날개짓은 새로 조성된 기단 디자인을 통해 그림자로 투영되며, 독수리상과 기둥처럼 흑과 백의 강한 대비를 통해 더 엄중하고 기품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단의 모든 결절 부위는 분절 없이 하나의 통석으로 조각되어 그 역동성은 배가되며, 그 사이를 따라 채워진 캐스캐이드가 공간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백낙준동상,독수리상 전경_상 / 독수리상 캐스캐이드_하좌 / 독수리상 야경_하우

 

 

디자인에서 시공과정_독수리상

 

‘Blue cloud’

상징광장은 백양로의 중심에 위치하는 유일한 광장형 공간으로 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모여드는 곳이며, 조형분수 내 개구부를 통해 지하와 지상이 만나 소통하는 건축적인 의미 또한 갖는 공간으로, 독수리상과 더불어 백양로재창조 사업을 통해 연세대에서 새롭게 주목 받는 명소이다. 상징광장은 일명 ‘Blue cloud’라 칭한다. 연세대학교 상징물인 독수리와 연세블루 컬러의 모티브로 푸른 하늘을 비상하는 독수리의 날개를 구현하였다. 독수리상 기단이 날개의 평면적 형태를 형상화 했다면, 이것은 날개의 겹겹이 덮여 있는 깃털을 모티브로 한다. 약 75톤의 보령 남포석은 수개월간 국내·외를 수소문하여 독수리 깃털에 가장 근접한 석재로 선정되었다. 층층이 쌓여진 결과 짙은 흑색, 그리고 깃털의 브라운 계열 색채를 만족하는 녹stain의 구성,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해지는 완숙미는 다른 석재로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이들 사이로 숨어있는 안개노즐이 구름 속 독수리의 비상을 연출한다. 130개의 안개노즐에서 분사되는 물방울들은 낮과 밤 빛의 산란으로 펼쳐지는 장관을 연출하며, 백양로재창조 사업의 가장 인기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이곳은 연인들이 집합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요즘 같은 선선한 가을 저녁 솔로들은 가급적 이곳을 찾아가길 권하지 않는다. 

조형분수

조형분수를 중심으로 연세대를 구성하는 단과대의 이름과 창립연도가 새겨진 46개의 상징석이 놓여져 있다. 1885년 창립된 맏형 의과대부터 최근에 신설된 막내까지 연세대 130년의 역사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는게 학생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눈치다. 밤이 되면 비로소 낮에 감추고 있던 석재의 살결을 들어내며 화려한 옷을 갈아입는다. 이것은 연세대의 각기 다른 단과대 조직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설계시부터 채석장에서 석재를 쪼갬과 동시에 불규칙이고 자연발생적인 면을 갖는 46개의 석재의 군집이 어떠한 경관을 연출할지 아주 기대가 컸던 요소이다. 어느 하나 동일한 면을 가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 석재의 물성에 기대어 설계자는 단지 자연에서 정해주는 순리와 우연성을 존중하고 따르면 되는 것이다.

상징석 야경


‘Charisma’

연세대의 유일무이한 상징물인 독수리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요소는 진입광장에도 반영되어 있다. 독수리의 구현에 가장 고민을 했던 부분은 그것이 지닌 힘의 역동성과 거친 질감, 그리고 위엄을 상징하는 것이다. 정문 좌우에 조성된 스탠드는 이것을 모두 만족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주재료인 화강석의 진중한 무게감과 정다듬 마감의 거친 질감, 그리고 역동적 태도를 취하는 형상으로, 진입부에서 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총 6단으로 각각 100개의 석재로 구성되며, 이 역시 어느 하나 같은 규격이 아닌 다른 각도와 크기로 설계되었다. 마주보고 있는 스탠드 역시 역동적인 형상을 위해 같은 디자인 언어지만 날개의 꺾이는 각도와 크기가 모두 다르게 디자인되었다. 석재의 정밀한 가공이 디자인의 승패를 가름하기 때문에 수차례의 공장 검수와 수정작업이 이뤄졌고, 첫째 단과 네번째 단에 홈파기 가공후 LED라인 조명을 추가하여 야간경관을 고려하였다.

독수리스탠드 디자인 과정

 

‘Dance with Light’

빛의 직진성과 뿜어져 나가는 물의 분산은 서로 뒤얽혀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수경시설만큼 경관의 모빌리티를 매력적으로 표출해내는 요소는 없으며, 물과 빛이 만났을 때 그 효과는 증폭된다. 지하 교통광장에서 부터 약 14미터를 솟아오르는 물기둥을 통해 지상과 지하의 이용자는 서로 다른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그것은 지하와 지상의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좋은 기폭제가 된다. 지상공간의 구름을 상징하는 안개분수 역시 빛과 구름이 만났을 때의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으로 몽환적 풍경을 담아낸다.

교통광장 빛의기둥_상/ 안개분수_하


‘Sanctuary cascades’

이곳은 연세대를 빛낸 9인의 업적을 기리는 감성적 공간으로 물과 콘크리트라는 극적 경험을 유도하였다. 15개의 콘크리트판이 아무런 저항없이 부드러운 경사를 따라 녹지에 떠 있는 모습은 20세기 모더니즘 조경의 오마쥬(hommage)가 담겨있다. 파릇한 잔디와 거친 콘크리트면의 대비는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것은 이동하는 동선의 기능과 머무는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녹지와 콘크리트판 사이를 오가며 흘려내리는 계류는 운치 있는 음풍경(soundscape)을 자아내며, 계류면에 돌출된 포피리석과 만나 아른거리는 물결을 만들어낸다.

계류정원 디자인 과정

 

‘Physical properties’

앞서 기술한 공간에서 인지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재료가 갖는 물성 또는 자연미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출기법을 대상지 전반에 걸쳐 반영하였다. 큰 의미에서 백양로는 길을 중심으로 드넓은 녹지대를 품고 있는 한국형 picturesque를 표방하며, 그것은 서양의 즐비한 명문대의 물리적 형태를 단순히 흉내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간마다 담겨있는 이곳만의 스토리텔링과 기억, 행태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우리는 그 바탕 위에 공간이 지닌 물성의 반란을 통해 이용자를 더욱 더 자극하려 하였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 그 본질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야 말로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를 발산하게 된다. 재료의 물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장점은 부각시키며, 단점은 보완한다. 공간마다 주재료와 보조재료의 역할을 적절히 할당하여 효율적이고 극적인 자연미를 끌어올린다. 목재가 주는 따뜻함과, 금속이 갖는 우아함, 석재의 고지식함과 콘크리트면의 순수함을 우리는 바로 그것답게 보여준다. 부드러운 녹지와 거친 콘크리트, 그림자와 백색면의 대비, 거친돌의 표면과 결, 불규칙적 겹침과 배열, 물과 빛의 산란의 경험, 빛의 새어나옴과 어둠, 물의 난반사와 저항의 형태, 그리고 때에 따라 변모하는 시간성… 이 모든 물성physical properties의 의도적 도발은 이용자의 극적 경험을 유도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며, 각자만의 경험으로 이곳에 오랫동안 기억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외부공간 구성 재료


‘Epilogue_살아 숨쉬는 공간 창출에 대한 노력’

연세대학교 백양로재창조 프로젝트는 건축주인 대학본부, 사업단, 시설처를 비롯해 각 단과대, 세브란스병원, 박물관, 총학생회, 총동창회, 재학생학부모는 물론 이한열기념사업회, 노수석기념사업회 등 학교 관련 단체와 각 분야의 자문위원을 포함한 외부인사들까지 복잡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설계자는 일반인에서 관련분야의 전문가까지 이해와 설득을 위한 긴밀한 소통의 도구가 필요하였고, 그 수단으로 디자인의 전반적인 사항을 모형을 통해 이해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소통을 위한 노력은 2년 동안 수백 번의 보고, 자문위원회를 거치며 흔들리지 않고 디자인 모티브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을 시킬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총장보고-상징축계획_좌/포장계획_우

 

모형으로 인간의 행태를 만들어 공간에 감성을 불어넣는 디자인 방식은 건축주와 소통하고 계획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데 큰 힘이 된다. 이런 설득 방식엔 모형의 스케일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가 모형에 주로 사용하는 스케일은 1:100, 1:50 으로, 모형에 만들어진 사람을 보며 그 행태와 감성을 관찰자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크기이다. 이러한 모형은 도면으로 작성된 계획을 검증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직접 스케치하듯 만들어가는 디자인 수단으로 우리는 3dimensional sketch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손쉽게 디자인이 가능하며, 360도 시선에서 바라 보는 감성과 행태는 2d 도면에서 검증되지 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서로간의 오해와 문제점을 조율하기 쉬워 의사결정자와 협의하며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3dimensional sketch _1:100

 

이처럼 전략적인 디자인 수단은 이번 백양로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부서와 같이 소규모 조직에서 순발력이 요구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라고 판단된다. 또한 백양로재창조 프로젝트처럼 건축가들과 원활한 소통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여러가지 중대한 사항마다 건축가들의 이해와 협조가 이루어질 때 좋은 완성물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중인 윤영준 이사

 

윤영준 이사 

디자인 1 부문 / G.scape  [email protected]

외부공간을 지붕 없는 건축물로 간주 건축적인 조경을 지향하는 디자인스튜디오 G.scape을 이끄는 윤영준 이사는 인간의 감성과 행태를 조율하는 간삼건축의 공간 지각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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