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내 아쿠아리움 패러다임의 변화
이기원 팀장 한화호텔&리조트 문화사업개발팀
순천향대학교 생물학과와 부경대학교 대학원 해양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에서 해양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기원은 해양생물 전문가이다. 1994년부터 2009년까지
63빌딩 아쿠아리움 아쿠아리스트로 활동해왔으며, 현재 한화호텔&리조트 아쿠아리움 문화사업개발팀
팀장을 맡고 있다.
아쿠아리움을 직역하자면, 아쿠아 aqua 는 물을, 리움 rium 은 전시관을 뜻하여 수중전시관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정의 내리자면 지구 상의 모든 수서 생태계의 생물을 전시하고 사육하는 장소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은
1853년 영국 런던동물원의 작은 사각 유리 수조에 바닷물을 넣고 거기에 물고기를 전시하는 정도였던 Fish
house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바다에 가야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물고기를 육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그
당시에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 후로 수질여과 장치, 관람창으로 쓰이는 대형아크릴 제작기술이 발
달하면서 대형화된 현대의 아쿠아리움 시설로 발전되었다.
국내에서는 1985년 서울 여의도에 최고층 빌딩인 63빌딩에 국내 최초의 아쿠아리움이 들어섰다. 물론 그 이
전에도 부산 용두산 공원 등지에 소규모 아쿠아리움 형태가 있었지만 미흡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15년 뒤인
2000년에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그 이듬해에 부산 아쿠아리움이 생겨났고, 2012년 드디어 여수와 제주
에 월드클래스급 대형 아쿠아리움이 생겨난 것이다. 초기의 아쿠아리움 산업은 단순히 입장료 수익을 매출로
인식하였으며 그 매출을 올리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공연을 개발했던 수준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 이제는 아쿠아리움 산업이 성숙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성숙한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아쿠아리움은 공익적 상업시설이다. 입장료를 받으면서 영업을 하는 시설물이지만 내부에
서는 단순한 생물 전시가 아닌 해양이나 수서 생태계의 교육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전시되는 생물에 대한 정보
만을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생태계와 그 안에서 해당 생물이 차지하는 위치도 함께 설명 하고 있
다.
또한, 기존의 전달방식은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QR코드 등의 스마트기법을 활용해서
다양하고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상시로 운영하면서 체계적으로 교육 영역
을 넓혀나가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전시, 교육활동 외에도 연구기능을 하고 있다. 전시되고 있는 상당수의 생
물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관리를 받고 있는데, 아쿠아리스트들은 이들을 자식같이 소중하게 보살피면
서 종 보전을 위한 번식 연구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펭귄, 해마, 수달 등은 이미 번식연구에 성공하였으며, 새
로운 멸종 위기종의 번식을 위하여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당사에서도 월드클래스급 아쿠아리움 운영사라는
위상에 걸맞게 기업부설연구소인 한화해양생물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미흡
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와 공동으로 벨루가 생태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여 연구
중에 있다. 고래상어와 관련해서는 국립수산과학원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태깅 장치를 부착하여 이동 경로
를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연구를 기획하고 있으며 시간이 경과되고 체계가 잡히면 더욱 많은 연구
가 진행되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아쿠아리움의 공익적인 면들을 봤을 때 최근 일부 환경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아쿠아리움에 대한 비
난여론에 대해서는 관계자로서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우선 아쿠아리움에 전시되는 생물들은 아쿠아리스트들
이 정성을 다해 가족과 같은 애정으로 보살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사육하던 동물이 수명을 다
해 죽는 경우 담당 아쿠아리스트는 며칠 동안 식사도 못 할 정도로 심적인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그들의 정성이 폄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대형 해양생물의 경우에는 자연상태에서의 생태연구가 현실
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연구 가능한 아이템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 같은 해외 선진국에서
도 아쿠아리움에서 대형해양생물을 사육, 전시,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쿠아리움에서 공익적 성격의 활동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이것이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서 관람료가
다시 생태교육이나 환경 보전 연구 등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소비자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아쿠아리움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