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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원형질을 찾아서

민상충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요즘 필자가 새로운 건축프로젝트를 대할 때마다 건축의 본질은 무엇인가,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는 의미는 무
엇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니체와 하이데거에 이르는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의 고뇌와 마
주하게 된다. 니체는 인생을 독일어의 ‘Werden’이라는 단어를 들어 끊임없는 생성의 의미를 강조하고 변화하는
일상 속의 현상과 사물 모두를 아우르며 변화하는 매일의 삶을 궁극적으로 삶의 본질로 정의하고 있다. 자연의
끊임없는 섭리에 의해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생성되고 있는 사막의 모래언덕을 연상하게 한다. 일면 건축의 굴레
에 함몰되어 한국적 건축매너리즘에 갇혀 왜 건축을 하는지에 대한 성찰적 질문조차 사치스러운 요즘, 건축세태
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현란한 매너리즘적 치장에 가려져 건축의 속살을 드러내기에 무척 두려움을 느
끼는 것도 요즘이다.

이번에 준공을 맞이하게 된 전주 만성초등학교는 유독 중정과 재료 그리고 색채에서 설계자의 장인의식을 넘보
게 한다. 또한 요즘 보기 드문 조형적 구성에서 절제의 미를 느끼게 하며 오랜 시간 잊혀졌던 건축의 원형질을 다
시 본다. 지난 시기 학교건축을 지배했던 현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 한껏 절제된 조형에
서 한동안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건축의 가치를 되새겨보게 한다. 현란하지도 않고 이유 없이 사치스럽지도
않은 절제된 장인정신의 고뇌는 요즘의 건축세태를 경계하는 잔잔한 항명이다.

학교건축의 일자형 배치가 일제의 흔적이라면 본 초등학교의 중정형 배치는 유럽에 기원한다. 설계자의 임상실
험은 여기서 시작한다. 본 학교의 중정은 중심공간이며 설계자조차도 예측할 수 없는 중정공간에서의 학생들의
자발적 행태를 발현시키는 창발적 공간이며 그들 삶의 순간적인 모든 변화를 온전히 담아내는 니체의 생성적 공
간이다.

건축에서 재료는 설계자의 생각을 담아내는 시작과 끝이며 재료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질감은 건축의 내면을 온
전히 투영해내는 영혼의 숨결이다. 본 초등학교에서 느껴지는 질감의 중후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건축의 본질적
요구에 대한 설계자의 응답이며 희망하는 건축에 대한 열정이다. 또한 건축에 있어서 색채는 독일 건축가 귄터베
니쉬의 생각대로 물성을 비물성화하고 나아가 구조체를 조형적 요소로 전이시키는 마법의 도구이다. 채색된 벽
이 주는 영혼의 떨림은 건축이 감동적일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건축은 더 이상 건축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되며 나아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우리
와 함께하게 되는 소중한 문화가 된다. 본 초등학교는 이 모든 것을 위한 작은 미동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합하여
한국의 건축생태계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민상충교수는 한양대, 서울대, 독일 아헨공대에서 수학하였으며 공간, 이공을 거쳐 독일 귄터베니쉬 설계사무소
에서 근무하였다. 2001년 독일공인건축사면허를 취득하고 현재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조달
청, 국토교통부, 국방부등 중앙정부의 심의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의 패시브디자인을 근거로 친환경 건
축 설계방법론에 관하여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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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august, 2014 / vol.38
  • Main theme

    Elementary · Middle ·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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