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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ssay] 파주유목민정착기 ver.1_이경민
등록일 2015-11-17 14:33:23 조회수 8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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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유목민정착기]

이경민  ㅣ  설계2부문


2015년 7월 11일. 내 인생의 큰 사건
생애 처음으로 생긴 집으로 이사하는 날이다. 집 구입에 웬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나에게는 좀 색다른 것이 약 1년 6개월 간의 우여곡절 끝에 지인들과 3층 규모의 개별주택을 짓고 입주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보다시피 건물 2개에 4개의 집이 나란히 서 있는 땅콩주택의 개념이다. 여건을 고려해 2개의 땅에 4가구가 일심동체하여 저마다 개성 있는 집 구조를 가진 주택을 완성하여 이사하였다. 국민주택 규모인 85㎡ 이하로 대부분 실평수 24평 정도를 유지하여 경기도권 아파트 가격으로 내 집 주택짓기를 실현하였다. 집을 지으면서 여러 우여곡절도 많았고 후회가 되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번 글은 그런 내용보다는 주택을 짓고 이사 온지 4개월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려 한다. 기회가 된다면 자세한 내용은 차후에 다시 쓸 수 있었으면 한다.

 

 

△주택 전경                                                                                                      △ 이사 당시

 

내 프라이버시.. 지구단위지침 나빠요~

금액적인 부분에 의해서 우리 지인들은 주택을 지을 때 건축물의 골조에 신경을 많은 쓰는 대신에 살면서 해결 해 나갈 수 있는 인테리어 마감이나 주변 정원 등의 금액을 최소화하여 금액을 절약하였다. 그래서 이사하고 현재까지 매주 주말마다 지인들끼리 모여 주변 정리와 각자의 실내 인테리어 등을 조금씩 추가하며 더 나은 삶을 구축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집만 지어져 있던 이사 당시 모습                                         조경1단계-땅거르기

 

△ 조경2단계-우리집 울타리와 대문을 세우다.                         △ 조경3단계- 잔디, 나무를 심다.   

 

이사 오고 처음 한 일은 정원을 꾸미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원을 꾸미기 전 문제가 하나 생겼다.
1층에 살았던 적이 없었기에 프라이버시는 보통 지켜졌었지만 이사 오고 나서 처음 겪은 일은 모르는 사람의 내 집 기습방문이었다. 현관과 거실 창까지는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현관이나 거실은 무조건 내 땅을 넘어오는 행위인데 그들은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유리의 반사율에 의해 아예 창에 붙어있는 사람도 봤다. 외부수전에서 물도 퍼가면서 지하수인지 알았단다. 헉....


아파트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응당 내 대문 앞까지는 공용의 것이기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어이없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내 집 정원이 완전 공용 공간처럼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열댓명은 찾아와서 집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지인들끼리 모여 정원을 꾸미기 위해 처음 한 일은 울타리 짓기였다. 방부목과 각자의 장비를 구입하여 1달에 걸쳐 울타리를 만들었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1달이었지만 그 이후로는 사람들의 방문은 좀 줄어들었고,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도 존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울타리에 매달리는 사람은 있다. 


여기서 이해 할 수 없는 것 하나. 우리는 신도시 내 LH 땅을 분양 받았기에 지구단위개발지침이 있었다. 그 지침에는 울타리 설치 시 1m 이하 투시형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주변과의 소통에 의한 법규인건 이해하지만 내 토지 모든 부분에 적용하는 것은 실제로 그 터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지 않는 법규인 것 같다. 그래서 나무도 더 많이 심고 커튼도 치면서 나름의 생활에 적응하며 살고는 있지만, 불편한건 불편한거고 불만인건 불만인거다.

 

 

이제는 사지 않고 만들어요.

△ 거실 앞 데크 시공/침대프레임 제작                                                                               

 

울타리를 직접 만들어서였을까? 아니면 집을 지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언저리부터 사람들은 저마다 집이나 집 앞 마당에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내 옆 지인은 마당에 평상과 의자를 만들고 집 앞 창고를 뚝딱뚝딱 짓고, 집에 선반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나 역시 그 즈음에 집 앞 데크 시공을 하였다. 아는 목수분이 있어서 같이 하루 동안 디자인을 해가며 만들었다. 방부목을 사다가 재고 자르고 나사로 고정까지..... 참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또한 나무라 생전 처음 본 오일스테인까지 발라가며 나무 뒤틀림 방지까지... 간단하지만 힘든 작업이었다.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는 작업이라 비가 오는 날이면 참 우울했다. 주택에 살면 날씨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던데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기까지 했다.

 

△ 침대프레임 및 선반 설치

 

그 이후 아이를 위한 침대프레임을 만들고, 각종 선반 및 책장 등을 만들어 집의 인테리어를 하나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물론 매우 서툴고 어설프지만 집에 대한 추억이 쌓여 나가는 기분이라 매우 흐뭇하였다.
 
 파주유목민정착기. 그 곳에 추억을 더하다. 

△만삭사진                                                 △아기 50일 촬영

 

우리 지인들과의 모임 이름은 [파주유목민정착기]이다. 지인들끼리  집을 지은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나의 정착지를 찾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파트는 최종 정착지가 아니었다. 큰 의미에서 여전히 유목민 생활이었고, 난 정착을 위해서는 토지가 필요했다. 결국 토지를 구입해 집을 지었고, 최근 태어난 딸의 본적도 현 파주 주소로 하였다. 가장 뜻 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땅에 애착이 커질 수 밖에 없었고 이 장소에서 추억을 쌓기 위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는 모든 중요 기록을 이 집과 토지를 배경으로 삼으려 한다. 그것들이 쌓여서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추억의 장소가 되고 아이들이 커서 나의 시골은 바로 여기다라고 하면서 즐거워하는 상상을 한다.  그래서 이미 우리는 만삭사진이라든가, 애기 50일 촬영을 집에서 셀프로 하였다. 사진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지만 우리 가족이 꿈꾸는 삶의 시작점을 알리는 것 같아 매우 즐겁다. 

 


 

마치며...

간삼건축 홈페이지 에 직원칼럼/에세이가 올려지는 Share라는 컨텐츠가 얼마전 생긴것을 알게됬다. 원고를 받는다는 안내를 보고 우리집에 대한 스토리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에세이를 쓰게 됐다. 사실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모든 과정을 설명하기엔 너무 양이 많았고, 건축과정을 설명하기엔 주제 넘는 것 같고, 시행착오를 설명하기에도 짧은 시간 정리하기 분주했다. 필요하면 더 쓰는 걸로 하고 현재까지 짧은 시간 살면서 내 삶이 그 전 삶에 비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간락한 사건 위주로 설명하려 하였다. 

 

짧은 시간 주택에서 살면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하면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설레는 표정으로 데크에 나가 비 소리도 들어본다. 또한 날씨가 맑으면 내 정원을 보면서 흐뭇하게 커피 한잔과 주말을 보내기도 한다. 쉬운 일 같지만 그 전에는 행하지 못했던 일이었던 것 같다. 물론 주택에서 살면서 힘든 부분도 많다. 아파트처럼 관리소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를 청소해주는 사람도 없다. 내가 청소부며, 관리소장이고 부녀회장이다. 집 앞 청소도 내 몫이고 정원 담당도, 집 보수도 모두 다 내 담당이다. 하지만 집 안에 있는 모든 제품(도기를 포함하여 조명, 벽지, 마루 등)을 스스로 선정하였고 어떤 제품인지 어떻게 설치되었는지 알고 이를 허락 한 사람도 나이기에 내가 책임지는 것도 당연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걸 감당할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건축과정은 사건의 연속적 발생에 묶음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간단할 것 같은 주택 짓기도 많은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터는 땅을 기반으로 생겨난다. 그 터를 닦은 첫 번째 일을 나름 성공적으로 해낸 것 같다. 파주유목민의 정착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많은 건축인 들이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는 '터잡기' 캠페인이 이어졌음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이경민 부팀장 

    설계2부문  [email protected]

     

      숭실대 건축학과 졸업한 후 2009년 공채로 간삼건축에 입사하였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는 아직은 꿈많은 7년차 건축새내기이다. 

 

 

Share는 간삼인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건축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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