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Column] 2% 다른 공간의 비밀, 색(色)_정주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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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2-01 10:48:58 | 조회수 | 58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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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른 공간의 비밀, 색(色)]
The Colors, Secret Key for More than Just Space
정주성 ㅣ 건축연구센터
#1 2017년 컬러코드, 편안하고 희망찰 GREENARY
2017년 한 해 동안 유행할 컬러, 혹시 알고 계시나요?
세계적인 색채 전문기업인 팬톤(Pantone)은매년 말 다음 해의 트렌드를 이끌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는데, 2017년의 컬러로 그리너리 (greenery), 즉 화사한 초록색을 선정하였습니다. 친환경성이 강조되는 세계적인 건축 트렌드와도 동일한 흐름으로 볼 수 있는데요. 작년에 로즈쿼츠 (Rose Quartz, 홍수정)와 세레니티 (Serenity, 파스텔블루) 컬러가 그랬던 것처럼, 올해에는 그리너리 색상을 좀 더 다양한 상점들과 여러 아이템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팬톤에서 그리너리를 2017년의 컬러로 선정하게 된 이유는, 복잡한 라이프패턴과 스트레스로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초록계통의 컬러가 자연색과의 연관성을 통해 편안한 기분과 힐링의 느낌을 전달해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동시에 희망찬 기운을 불어넣기에 올해 더욱 트렌디 할 것이라고 합니다. 혹시 위 그리너리 색 포스터를 보고 잠깐이라도 마음이 평온해 지셨나요? 저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곧 제 책상에 몇 가지 그리너리 아이템이 올라올 것 같네요. :)
#2 소리없이 강한, 색(色)
이처럼 특별한 표식이나 소리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색상 그 자체가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뇌에서 받아 들이는 오감 정보의 70% 이상이 ‘시각 신호’라고 합니다. 즉, 오감 중 시각으로 얻는 정보가 사물인지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시각적 판단 시에는 형태, 크기 등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색깔표현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또한, 색상자체가 세계공용의 시각적 언어(International Visual Language) 이기에 색은 남녀노소, 거주국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이 때문에 색은 그 어떤 시각적 요소보다 강한 ‘보편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인이 본 빨강색이 미국인에겐 파랑 색이 된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지금쯤 파란 김치를 미국에 팔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
이렇게 색깔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소리 없이 강하다’ 라는 어느 유명한 광고카피처럼, 색상은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과 이용하는 모든 사물에 함께 존재하며, 소리 없이 알게 모르게 우리 기분을 좌우하기도 혹은 만들어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존재하는 건축공간에 적용된 색상들은 무엇을 나타내며 어떠한 대표성을 가질까요?
#3 색깔은 곧 아이덴티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색깔들은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느낌을 안겨줄까요?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글의 전개를 위해 4가지씩만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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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열정, 활기, 행동, 자신감
Orange: 활동촉진, 식욕, 따뜻함, 활기
Yellow: 아늑함, 행복, 이해력, 창조적 생각
Green: 정신적 진정, 긴장완화, 회복, 조화 및 균형
Blue: 신뢰, 믿음, 직관력향상, 생산성
White: 생각 및 행동의 정화, 회복, 새로운 시작, 투명성
Black: 절제력, 신비, 우아함,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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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위 색깔들의 대표적인 ‘매력’ 및 ‘영향’들은 건축과정에서도 용도에 맞게 색깔별 가진 아이덴티티로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위 색깔들의 대표적 느낌들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 및 조사로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위 모든 효과들을 일정한 수치화 혹은 일반화를 시킬 수는 없습니다. 같은 계열의 색이라도 명암 및 채도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주는 것이 사실이며,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 받아들이는 영향이 상이할 가능성이 있기에 ‘이렇다’라고 확정 짓는 시도는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색의 건축적 적용에 있어서는, 개인주거용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공간에는 더욱 더 조심스러운 적용 시도를 해야 할 것 입니다. 따라서, 색상의 건축적 적용에 있어서는, 지금도 빅데이터를 통해 ‘용도’에 따른 선호컬러를 적용하여 큰 오류를 피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디자인 초기부터 직접 ‘사용자’에 따른 성향 및 생각을 기초로 더 자세한 심리를 컬러 아이덴티티로 접근하여 건축적 컬러접목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더욱 더 개개인마다 편안하고 각자에게 딱 알맞은 공간창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ca Cola Office, Bulgaria]
실례로 현재 Coca-Cola, DuPont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더 나은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조직원들이 평소에 좋아하는 사진 혹은 그림을 가져와 전문 심리학자와의 상담 후, 조직원의 마음을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해주는 컬러공간을 창출함으로써 색(色)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이미 해외에서는 ‘근거중심디자인(EBD, Evidence Based Design)’, ‘거주 후 평가(POE, Post Occupancy Evaluation)’등의 기법을 활용하는 등, 실제 공간이용자들의 심리를 기반으로 한 색상의 적용을 통해 더욱 이용자 적합화된 공간디자인을 구성하는 기법들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Colegio Anglo, AEI Arquitectos]
위 사진은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각 공간의 활용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시설 및 조명을 컬러-매치한 본 학교는 공간 내 실행을 통해 경험을 쌓아가는 아이들의 체험도를 극대화 시켜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특성상, 건축가는 아주 기본적인 디자인 컨셉으로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Learning by Doing (실행에 의한 학습)", 즉 학교란 공간은 어린이들이 그 안에서 직접 행동하면서 배울 수 있는 데에 그 본연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생각과 믿음에, 위와 같은 공간이 탄생하게 된 것 입니다. 건축가는, 특히 어린이라는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4가지 메인 공간을 각각 빨강, 초록, 노랑 그리고 파랑색으로 테마를 잡고, 위와 같은 컬러구분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다 더 활발하고 동적인 공간, 편안하고 차분한 공간, 창조적이며 재미있는 공간 등을 창출해내었습니다. 위 학교의 건축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공간 안에 머물 사람의 특성을 우리만의 유니크(unique)한 감성으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건축과 사랑,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이 둘을 한데 묶어 공간창출의 원칙으로 삼은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를 통해, 건축가는 늘 유사하게 정해진 카탈로그의 재료나 방법 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사용할 사람의 개성과 감성이 어떠한 환경과 가장 조화롭게 어울릴지 고민하고 그에 따른 자신만의 색을 담은 답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색(色)은 건축가의 의도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보여집니다.
#4 보다 나은 ‘공간’을 위해
처음으로 건축 공부가 하고 싶다고 가진 생각은, 바로 제가 설계한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사항에서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화려한 건축모델 외형과 눈이 부시게 발전해가는 새로운 테크놀로지 적용법 등 ‘사람의 머묾’과 관계없이 ‘건축물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좋은 건축’, ‘잘 지어진 건물’, ‘잘 나온 디자인’, ‘잘 뽑힌 매스’, ‘효율성 있는 공간’이란 말은 오늘날건축물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나오는 표현들입니다. 외부 및 내부 설계를 과학적이며 효율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위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건물(good building)을 만들어내지만, 미래에 보다 2% 다른 특별한 공간(special space)을 창출해내는 키(Key)는, 그 곳에 머무를 사람의 심리, 선호취향, 생활성향의 감성을 먼저 이해하는 등 ‘공간과 함께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그 공간과 함께 ‘존재할 수 있도록’ 고민한 디자인에서부터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위해, 사람과 건축물 사이의 비밀 언어인 색(色)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도를 통해, 보다 특별한 공간들이 창출되고, 사람들이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닌 더욱 편하고 자연스레 ‘그 속에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는 사례가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